'실용적'이지 못한 정부 조직 개편안.
대한민국 헌법에는 전문에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란 구절과 제 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란 구절이 있다.
게다가 제 66조 제 3항에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법적이면서 사회적인 요구에 통일은 절대적인 요건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새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는 16일 통일부를 폐지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물론 통일부가 있어야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의 신신당부처럼 통일부가 폐지된 것이 아니라 다른 부처에 흡수되어 그 역할을
여전히 담당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어쩐지 구차한 변명처럼 들린다. 한나라당이나 다른 이명박 인수위 관계자들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 폐지된 것이라고 각종 언론 매체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당선자는 '햇볕 정책'이란 이름부터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듯 명칭에도 딴죽을 건다.
솔직히 말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우선 현재 한반도의 정세만 살펴봐도 통일부 폐지가 얼마나 '실용적'이지 못한지 알 수 있다.
비록 해를 넘기긴 했지만 현 시점 자체는 북핵 폐기 협상의 분기점에 서 있다.
북미간 협상이 자칫 제 구실을 하지 못할 때 이를 조정할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지난 10여 년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실용적'이고 '조직적'으로 활동했던 통일부 밖에 없다.
마치 '대북 송금'을 '비실용'과 '낭비'의 한 전형인 양 생각하는 태도는 오히려 너무나 '비실용적'인 발상이다.
지난 10여 년 간 지속돼 왔던 남북 긴장과 대치 상태의 완화가 대외 신용도와 국내 정세의 안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전혀 인식하지도 못한 무지의 소치이다.
또한 차기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북 외교 공조를 이루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번 인수위의 결정 자체는 통일부의 기능을 좀더 세밀히 분석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눈엣 가시 하나를 뽑아내자는 것과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과시적'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할 만하다.
이런 경향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의 전체 축을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인수위의 조직 개편안은 '과시적인 몸집 줄이기'에 급급해 부처의 기능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느냐에 대한 분석과 전망 제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학기술부나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는 사실상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세계화,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를 좀더
체계적으로 대비하자는 일종의 '보험'과 같은 조직이다.
결국 이들 조직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점점 더 힘을 발휘해야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글로벌 파워' 역시 다양한 미래지향적 조직들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수위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일까?
결국 이명박 인수위의 이번 조직 개편안은 언론의 표현대로 '과거 지향적'이고, 현재에만 급급한 비전없는 정책에 불과하다.
'실용적'이라는 명칭에 대한 어떠한 철학이나 분석 없이 되는대로 일단 줄이고 보자는 식이다.
이런 비전없는 정부 하에 5년은 어쩌면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긴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여파는 당장의 5년이 아니라 또다른 10년이 될 수도 있다.
바라건대 국회 통과과정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