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과 북한,그리고 우리의 선택
냉전의 불길이 꺼진 이후 확대 일로를 걷고있던 팍스아메리카나의 위광이 위협받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무리한 대외 정책으로 클린턴 행정부가 일구었던 '신경제'의 후광마저 사라지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하나 싶더니 벌써부터 세계 각국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고
내부의 민주당마저 이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혹자는 미국에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가 있다.
갸날픈 체구에 서글한 인상, 최초의 유색 인종 출신의 대통령 후보라는 외양적 측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말 속에 숨어 있는 문학적 감성은 역대 미국 대통령 및 후보 중 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색이다.
오바마 후보가 이번 미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근거가 바로 이번 대선에서 이슈를 '변화'로 정착시킨 이가 바로 오바마 후보이기 때문이다.
힐러리 전 후보는 물론이고 심지어 공화당의 메케인 후보마저 변화를 이번 대선의 화두로 잡았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는 이슈를 선점한 자가 결국 본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며 경제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민주당에 정권을 안겨다 주었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만약 오바마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에 나타날 미국의
변화이다.
지난 우리의 대선에서 보수언론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듯, 미국 역시 지난 10 여년 간 세계적인
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9.11테러 이후 확산된 급격한 보수화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의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은 여전히 '적'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못한 체 미국의 엄청난 국부를 계속 소모시켰다.
또한 전 세계로 확산될 것처럼 보였던 신자유주의 물결 역시 여전히 그 실체가 모호하다.
일부에서만 진행된 자유무역 협정은 사실 또다른 무역 블록을 형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종속적인 경제 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이 멈춘 미국의 경제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런 두 가지 주요한 측면에서의 변화가 차기 미 정부의 핵심인 셈이다.
만일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핵 문제와 이라크 문제가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결국
이는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가게 된다.
만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핵 문제는 현재보다 훨씬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미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를 정도로 오바마 후보는 북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자유무역의 틀 안에서 환경,노동의 개선을 먼저 강조하는 정책이 펼쳐진다면 현재의 국제 경제의 방향은
많은 부분에서 수정될수 밖에 없다.
특히 과거의 환경, 노동 정책이 보호부역의 관점에서 강조된 것이라고 한다면, 앞으로의 환경, 노동 정책은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산업적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다.
이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제일 먼저 미국으로 달려갔던 것처럼 미국의 전략과 정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독립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외 정책과 무역 정책은 향후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을 때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지난 번 미국 방문 때 매케인 후보 조차도 방문하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불안한 이유다.
우선 정부는 대북 관계의 원칙론을 고수하기 보다는 좀 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대북 관계는 언제나 철저한 사전 준비와 서로가 교감을 가질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해왔다.
그렇기에 북한과의 직접적인 접촉뿐만 아니라 동북아를 둘러싼 포괄적인 관계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만은 부족하다.
고유가 위기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듯 향후 경제는 에너지와 환경에 얼마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당위명제로서의 '친환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전략적 기획과
조정이 필요하다.
변화는 예비되어 있다.
그리고 준비된 자만이 미래를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