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대한 영국인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경기 침체로 극심한 실업 문제를 겪고 있는 영국에서 자국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취업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신용 경색에 따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이미 상당수의 영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 같은 실업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채용 동결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신입직 일자리가 급감하여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이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전까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별다른 반감을 갖지 않았던 영국인들이 당장 생계에 위협을 느끼자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직업이 영국민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갖기 시작한 듯 하다.
특히, 이번주 발생한 이태리 회사 IREM를 둘러싼 에너지 업계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 같은 분위기가 본격화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은 프랑스계 정유회사인 Total이 Lincolnshire 지방의 Lindsey에 새로운 Unit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이와 관련된 2억 파운드에 달하는 입찰에서 이태리 회사인 IREM이 낙찰을 받았으나, IREM이 영국인 근로자 보다는 이태리, 포르투갈 인력을 쓰기로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촉발되었다. 이에 영국 에너지 업계 노동자들은 외국인 근로자 우선 고용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전국적으로 벌였고, 결국 채용 인력의 절반은 영국인으로 할당하겠다는 협상안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파업에서 영국인들은 지난 2007년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가 전했던 ‘British jobs for British workers(영국인들에게 영국 내 일자리가 제공되도록)’ 공약을 지적하면서, 자국민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가 보장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따라서, 지속적인 실업 위기가 확산되고 동시에 이 같은 대규모 인력 채용 시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채용되는 경우에는 유사한 파업이나 시위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정부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더구나, 직접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및 이민자를 적극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는 브라운 총리와는 달리, 데이빗 카메론과 보수당은 그 동안 꾸준히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의 수 자체를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정부가 국민들의 눈치를 보며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제한하는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Phil Woolas 이민부 장관 역시 올 여름 졸업하는 약 400,000명의 대학 졸없생들이 구직난을 겪을 것이며, 이들이 외국인 근로자와의 구직 경쟁에 나서야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점수제 이민법을 더욱 강화해 외국인 근로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인들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지난 몇 년 동안 급증한 이민자들로 인해 공공시설 부족 현상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불만을 품었던 영국인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 현상을 맞이하면서 이들 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들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 받는다는 의식을 새롭게 각인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의식이 확산되어 정부가 이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을 하거나, 아니면 고용주들 사이에서 영국민에게 우선적인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이는 취업으로 영국을 찾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들에게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새로운 점수제 이민법 시행으로 보다 수월해진 영국 이민 기회를 통해 많은 한인들이 새롭게 영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 같은 자국민 우선 채용 분위기의 확산에 따라 유능한 한인들이 1급 고급기술 이민(Tier1: HSMP) 자격으로 영국에 와도 일자리를 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재영 한인 업체들과 주재 기업들의 채용 수요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만큼, 자영업에 나서지 않는 이상, 이들은 결국 영국인이나 기타 외국인 지원자들과 동등하게 경쟁하여 영국 현지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영국 정부가 이 같은 사안을 놓고 형평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지혜로운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영국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한인들 역시 보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통해 구직에 나서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