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0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 위원회의의 마지막 회의인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본 사설이 인쇄될 즈음에는 이미 회의 결과가 공개되어 있을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안은 최저임금제도가 시작된 1988년 이래로 경영계에서 최초로 최저임금 삭감안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 논란이 되었다.
본 전원회의를 주도하는 최저 임금위원회는 경영계 대표 9명, 노동계 대표 9명, 정부측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에 앞서 개최된 지난 6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현행보다 20%가 인상된 시급 4,800원을, 경영계는 시간당 4%가 삭감된 3,840원을 주장하여 이미 큰 의견차를 보인 바 있다.
경영계는 세계 신용경색 이후 현재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상당수의 업체에서 임금 삭감 및 동결이 진행된 점을 최저임금 삭감안의 근거로 제시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오히려 고용 기회가 더욱 감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이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 보호 차원에서 최저임금 삭감안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을 들어보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노동계가 어느 정도의 타협안을 받아들여 인상폭에 있어서 양보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반면, 경영계는 삭감 주장에서 한 치도 물러설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경영계가 삭감안의 근거로 제시하는 주장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영계가 주장한 것처럼 신용경색 이후 임금 삭감, 동결, 심지어 감원까지, 고용주들이 내린 경기침체 대응 조치들이 유행(?)처럼 번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대응 및 예산절감 차원에서, 그러니까 전략적으로 시행된 임금 삭감, 동결안과 최저임금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어떠한 근로나 노동을 하던지 그야말로 최저 생계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 결국 생존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다. 월급 200만원 받는 근로자의 월급을 150만원으로 삭감했다고 해서, 월급 80만원 받는 사람한테 60만원으로 삭감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와 경제가, 국가가 무조건 저임금 노동자만을 위해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사회도, 경제도, 국가도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치적인 이해타산이나 경제적인 전략을 넘어서, 최저임금은 적어도 현 시대 우리 나라에서 최저 임금으로 살아가는 근로자들이 최소한의 삶의 질은 유지할 수 있도록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듯 지금 우리 나라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 중 인하되는 것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 모든 것이 하루가 멀다하고 인상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기필코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정부도 이에 대해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그 어렵다던 IMF 시절에도 최저임금 삭감은 없었다. IMF 전후 시기를 포함한 자료를 보면, 1996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1,400원, 일급 11,200원, 1997년도 시급 1,485원, 일급 11,880원, 1998년도 시급 1,525원, 일급 12,200원으로 기록되어 있다. IMF 시기에도 꾸준히 인상되었던 최저시급이 만에 하나 이번에 삭감이나 동결된다면, 현 상황이 IMF때 만큼 부정적이지 않다던 정부는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번 전체회의를 통해 최종 의견이 조율되지 않을경우, 참가 위원들의 표결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만약 어느 진영이라도 협상에 동의하지 않아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경우라도, 남은 인원들로 회의 전체 정원 27명의 과반수인 18명이 충족되면 이들에 의해 최종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최저임금 위원회는 오는 29일까지 2010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 뒤 노동부에 제출해야 하며, 노동부 장관은 오는 8월 5일까지 이를 최종 확정 후 고시해야 한다.
부디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 참여하는 이들과 이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이 이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저임금은 정치도 아니고, 경제도 아니며, 누군가와의 힘겨루기도 아닌, 결국은 우리와 같은 땅을 밟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그 누군가의 생존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