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인가, 검찰 수사 대상자인가?
이번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따른 내정 철회, 본인의 사퇴 해프닝은 도대체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강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 정부의 인사 검증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천성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다양했다. 그는 28억에 달하는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약 20억을 빌렸는데, ‘가끔 연락하는 사이’라는 박모 씨에게 15억을,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며 주민세 체납까지 한 동생에게 5억을 빌렸다고 한다. 아들의 호화 결혼식, 그의 부인의 잦은 해외행, 위장전입, 고급차 리스, 해외 골프여행 등 논란이 될 만한 사항은 너무도 많다. 특히 일본 골프여행 의혹과 관련해 그가 전한 어설픈 거짓답변은 과연 이 사람이 검찰총장 후보인지, 아니면 검찰의 수사 대상자로 나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로써 천성관 후보자는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첫 사례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되었다. 그는 자진사퇴 형식을 통해 물러났지만, 결국 이는 청문회에서 드러난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인정이며 그에 따른 불가피한 후속 대응책일 뿐이다.
한국 주요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이번 천성관 후보의 검창총장 발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최대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인 회생안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 본인이 직접 이번 천성관 후보자의 인사에 관여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렇게 대통령의 입김(?)을 받고, 한나라당의 주성영 의원 등이 천 후보자를 적극 지지하며 나섰건만, 결국은 모두가 우스운 꼴을 보이며 허무하게 끝나버린 코미디 한 편을 만든 셈이다.
게다가 이번 일로 검찰총장, 대검차장, 중앙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수뇌부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지휘부를 잃은 검찰의 주요수사들에도 차질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신영철 대법관 파문으로 사법부의 위신이 추락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으며, 검사들의 사기도 저하될 만큼 저하된 상태이다.
국민들은 이번 천성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우리 검찰의 고질병인 이른바 ‘스폰서’(후원자) 관행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을 목격했다. 정의를 위해 헌신하고, 신뢰를 쌓아야 하는 검찰이 크고 작은 부적절한(?) 후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검사들 역시 이번 사태로 검찰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눈치다.
업무 성격 상 검찰총장은 말 그대로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는 인물이 수행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천성관 후보는, 비록 그가 유능하고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일지언정, 아쉽게도 눈에 보이는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렸다. 우리 사회가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해 아무리 무뎌졌다 해도, 뻔히 드러나는 먼지를 보고난 뒤 그를 검찰총장 자리에 앉힐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사실, 이는 천성관 후보 한 개인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주요 공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청문회를 정말 깨끗하게(?) 통과할 만한 인물이 과연 우리나라에 몇이나 있을지, 어쩌면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그렇게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단념한지 오래일 수도 있겠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 역시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드러냈다. 분위기 쇄신용으로 제시한 회심의 카드가 청문회를 통해 불량 카드로 드러났으니, 천성관 후보를 적극 발굴, 지지한 이들은 어지간히 속앓이를 했을 듯 싶다. 천성관 부호자를 내정한 이들은 청문회를 통해 그의 먼지들이 드러날 것을 조금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혹시 그정도 먼지 쯤이야 그냥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간과했던 것은 아닐까?
차기 후보로 누가 내정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간절히 바라기는 제발 전 국민 앞에서 털어도 먼지 안 날리는 인물이 사전에 충분히 검증되어, 그야말로 모두가 신뢰하고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이 발탁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검찰이 비리집단은 아니라는 항간의 주장들이 멋지게 증명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