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경솔했던 연예인의 발언, 그러나 3억 소송감은 아니다

by 한인신문 posted Aug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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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가 배우 김민선과 MBC ‘PD수첩’ 제작진 5명을 상대로 3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장을 접수했다고 한다.

다소 철이 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광우병 파동이건만, 이번 에이미트의 소송건이 주목을 받는 것은 어쩌면 연예인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묻는 최초의 소송이며, 전여옥 의원이 ‘연예인도 공인이다’를 주장하면서 김민선이 ‘정치적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진영은 김민선의 발언은 전의원이 지적한 ‘정치적 발언’이 아닌, 한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이었다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PD수첩’의 왜곡보도 논란은 일단 제쳐두고, 김민선의 발언을 다시 살펴보자.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 사실 김민선의 발언이 당시 상당한 화제를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연예인이 공인인지 아닌지를 지금 단박에 판가름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대중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잘 알려진 인물인 것은 사실이고, 그렇다면 ‘청산가리’를 언급한 그녀의 발언은 다소 자극적이었고, 그래서 경솔했던 면이 일정부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극적이고 경솔한’ 발언은 될 수 있을 지언정, 전의원이 얘기하는 ‘악의적’인 발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의원의 글을 보면 “연예인 김모씨의 '악의적인 한마디'에, PD수첩의 왜곡보도에 무려 1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나 같으면 이렇게 하느니 저렇게 하겠다’, 즉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그 정도로 정말 싫다’가 과연 악의적인 의도로 해석될 수 있을까? 악의적이라면 그 대상은 누구란 말인가? 혹여나 전의원이 속한 정치진영과 다른 의견을 밝힌 게 악의적이라는 얘기는 아니길 바란다.

게다가 전의원은 “공인인 연예인들은 '자신의 한마디'에 늘 '사실'에 기초하는가? 라는 매우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과 촛불집회가 이어지던 당시, 국민들이 왜 분노 혹은 우려했던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듯 진행되어서였다. 정부가 ‘사실’을 정확히 알아보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어 진행했어야 하는 일을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나중에는 일정 부분 정부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의 잘못을 인정하고, 보완조치를 취했으니, 굳이 ‘사실에 대한 기초’를 따진다 해도 ‘나는 정말 미국산 쇠고기 먹기 싫다’라고 외친 김민선의 발언은 자극죄(?), 경솔죄(?) 정도는 적용될 지언정,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죄’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에이미트가 “김민선과 ‘PD수첩’ 측이 무책임한 발언을 했음에도 책임에 대한 사과조차 없어 피해액의 부분에 대해 민사 책임을 물었다”고 밝힌 부분도 재미있다. 김민선의 청산가리 발언으로 인해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미국산 쇠고기를 진심으로(?) 구입하려다 김민선의 발언 때문에 구입을 꺼리게 된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무엇 때문에 수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가? 김민선의 발언이 다소 경솔하고 자극적인, 그러나 어디까지나 국민이라면 누구나 밝힐 수 있는 자신의 의견일 뿐이라는 점에서 3억 소송감은 결코 아닌 것이다.

사실, 김민선 외에도 당시 직간접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반대에 동참한 연예인들, 유명인들이 꽤 있었다. 김민선의 ‘청산가리’ 발언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김민선이 대표로(?) 소송을 당했을 뿐, 비단 미국산 쇠고기 외에도 다양한 이슈들에 연예인, 유명인들이 이런 저런 의견들을 밝혀왔다. 그리고, 실제로 개중에는 대중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주목을 끌기 위한 시도들도 있었고, 더 나아가 경솔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적인 참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김민선의 경우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앞으로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앞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인물이 국가적인 사안에 발언을 할 때는 책임감을 수반해야 함은 분명하다.

이번 에이미트의 소송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그 결과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에 대해, 특히 대중들에게 알려진 인물이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부디 그 영향이 발전적인 영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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