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혁명과 흔들리는 IT강국 위상

by 유로저널 posted Mar 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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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혁명과 흔들리는 IT강국 위상



  재계에서 스마트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사람은 삼성 전자나 LG전자도 아닌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다.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나눠주고 써 보기를 적극 권장하면서 새로운 IT기기가 조직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과제로 부여했다.

삼성전자 최지승 회장도 지난 연말 이후 몰아친 아이폰의 폭발적인 인기에 대해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콘텐츠,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못하면 부가가치를 다른 회사, 다른 나라에 뺏긴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가 1, 2년에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국이라

고 하지만 시장 규모는 소프트웨어 부문이 반도체 전체의 4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IT강국"의 얼굴에 걸맞지 않은 성적인 것이다.

IT산업의 첨단 부문인 IT서비스 부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왜냐하면 IT서비스산업도 결국은 지식과 소프트웨어가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IT산업의 불균형 구조를 놔두고 우리가 아이폰으로 일각이 드러난 모바일 혁명에 적응하고 나아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선도하기 어렵다.

IT 산업의 불균형 구조를 두고 우리 능력이 이것 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삼성전자처럼, IT 분야에서 생산력이나 제조업에 세계적인 강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들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불균형 구조를 그대로 놔두고는 IT 강국을 계속 자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IT산업의 불균형 구조의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우리의 초기조건과 산업정책에 있다.

즉 일단 우리 산업구조 전반이 사실은 후진국의 낙후된 구조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자체로 엄청난 일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조건에서 경제와 기술발전을 이룩한 산업정책의 패러다임이 경제 강국, IT 강국이 된 이후에도 그 구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미래 성장 동력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우리의 산업정책은 관료 주도의 성장정책과 국내 기업 보호 정책이 핵심을 이룬다.

정부 관료-재계, 대기업의 밀착이 이러한 산업정책을 뒷받침하는 사회경제 구조이다. 자연히 시장과 산업구조도 대기업 중심 구조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산업정책과 이익구조에 맞는 산업부문은 우리의 경우 제조업이다.

  아이폰의 국내 상륙은 이러한 이익구조와 세력구조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1월 아이폰이 출시된 후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까지 거의 3년의 시간이 걸렸다.

IT업계에서 3년은 지각변동이 한번 일어날 수 있는 아주 '긴 시간'에 해당한다.

위치정보사업자 지정이 어렵다,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 등의 보이지 않은 무역장벽을 쳐서 SKT, KT, LGT와 같은

국내 통신회사와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회사를 보호했던 것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은 보호벽을 쳐두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좋고 저렴한 기기와 통신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효용

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상황을 가져왔다.

터무니없이 비싼 데이터통신 요금제 때문에 이동전화가 컴퓨터로 변신하고 있는 밖의 세계가 외면되었고 이동

전화는 그냥 펜시한 전화기로만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정부도, 기업도 우물 안 개구리였던 셈이다. 결국 비싼 기기와 비싼 요금으로 소비자들만 우롱당했던 것이다.

   명색이 IT 강국이란 나라가 세계 80개국이 사용하는 아이폰의 상륙을 막았다고 생각하면 누구의 IT 강국인지 의아하게한다.

잃어버린 10년은 아니더라도 잃어버린 5년이라고 말한다고 해도 쉽게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서비스를 '쇄국정책'과 같은 방식으로 막은 것에 대해서 국내에서 비판적인 시각과 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비판이 '매국노'의 일로 폄하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 대기업 주도의 성장정책을 갑자기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패러다임과 산업구조의 대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 전환이라도 필요하다.

아이폰 상륙을 계기로 더 이상 미봉책에 그치지 말고 곰곰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혁신 주도 경제'로 구조전환을 하지 못하면 20년을 잃어버린 또 다른 일본이 될지도 모른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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