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인사청문회를 기대하며
대의민주주의는 원칙적으로 선거에 의한 공직의 정당성을 그 기본으로 한다. 다만 집행과 같은 전문적 분야의 경우 이렇게 선출된 공무원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받은 재량을 활용, 적재적소에 임명직들을 정무적으로 기용한다. 이것이 소위 '인사(人事)'다. 권력집단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사람의 쓰임'을 관장하는 것은 고래로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인사과정이 어떤 양태를 보이느냐에 따라 그 정부를 근대적/전근대적, 민주적/비민주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러한 선출직 공무원이 임명직을 기용하는 과정에서의 비민주성, 불법성, 비도덕성을 방지하기 위한 대의민주주의적 장치가 바로 '인사청문회'이다. 입법, 사법, 집행 간의 견제장치의 한 수단으로서 인사청문회는 따라서 당대의 정치체제의 정당성을 상징적,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행위이다.
소위 88개각이라 불리는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의 내각수장 후보자들이 이러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전격작전에 비유될 정도의 이번 개각은 후보진영에 대한 엠바고로 언론을 통한 사전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이른바 스텔스 개각이었다. 그런만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엄정한 법집행의 모범이 되어야 할 대법관 후보자부터 위장전입을 할 정도로 이번 정부의 인사들에게 대한민국은 '위장전입의 천국'이었다. 부동산 투기에 이어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명박정부는 ‘막말 정부’ ‘위장전입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몰려 있다.
의혹이 없는 후보자는 한 명도 없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이미 5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해 여론의 도마에 오른 데 이어 경기 양평군 옥천면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남대문 시장 등 시내 주요상권과 재개발 예상지역에 상가와 건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정부 고위공직자 중 위장전입한 사람은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김병국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 이만의 환경부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김준규 검찰총장, 민일영 대법관, 이귀남 법무부 장관 등이다.
신재민 후보자에 이어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와 조현오 경찰총장 후보자도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김대중 정부의 장 상 장대환 총리 후보와 노무현 정부의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이 위장전입 전력 때문에 낙마하거나 중도하차했지만 이명박정부의 경우 같은 혐의인데도 멀쩡히 청문회 과정을 통과했다는 것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똑같은 처지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는 천암함 유가족의 비극을 동물에 비유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목적의 동영상에서 검찰로부터 '사실무근'이라는 지적까지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헛소문을 사실인양 퍼뜨렸다. 특히 이재오씨와 이상득 의원을 통해야만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일거에 대한민국을 '왕조국가, 비리국가'로 전락시켜 버렸다.
국민들은 이번 인사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데로 '친서민실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면 대다수 국민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인사가 집행부를 맡아야 할 것이다. 다수 국민은 이명박정부가 후반기들어 도덕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등용해 국정을 잘 운영해줄 것을 원한다. 이러한 국민들의 염원을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면 이번 인사청문회 전에라도 자질이 떨어지고 도덕성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후보들의 지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법을 후보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하여 철저한 인사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짬짜미'나 봐주기로 이번 인사청문회를 어영부영 넘긴다면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한 일이라는 것을 여야가 인식하기 바란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