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대 두려워 하지 않는다.

by eunews posted May 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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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언제나 변함없을 것 같던 일상의 한 조각이 무너져내렸다. 아니 어쩌면 실제로는 그보다 더한 일일지도 모르나, 어쨌든 우리네 주변을 둘러보면 그 정도 표현일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참극이 벌어진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 듯 시장을 열고, 사무실로 향하고, 잰 걸음을 걷고 있었다. 킹스크로스 역 주변에 놓여 있는 꽃들이 아니라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일이라 해도 믿었을 정도로 말이다. 혹시 필자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네들 가슴 한 구석에 시커먼 피멍이 든 채, 여느 영국식 장례처럼 울지 않으려 애쓰는,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테러란 말 그대로 공포와 위협을 느끼게 하는 고도의 무력 투쟁 방식이다. 테러는 위협 ?폭력 ?살상 등의 끔찍한 수단을 수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테러리즘에 대한 개념과 정의에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와 이견이 있어 왔다. 같은 사건을 보면서도 관점에 따라서는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일반범죄로 취급하기도 하며, 다른 시각, 즉 특정집단에서는 애중적(愛衆的) ?애국적인 행동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1937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에서 개최된 ‘테러리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회의’는 국제적 차원에서 테러리즘의 개념을 정의하고자 모인 첫 번째 시도였다. 그러나 참가국의 이해(利害)가 엇갈려 안건은 채택되지 못하였다. 다만 이때 열린 회의에서 테러리즘을 ‘한 국가에 대하여 직접적인 범죄행위를 가하거나, 일반인이나 군중들의 마음속에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국가원수의 배우자에 대한 살상, 공공시설 파괴 등을 테러리즘에 포함시켰다. 테러리즘은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으며, 폭력의 사용이나 위협이 따르고, 심리적 충격과 공포심을 일으키며, 소기의 목표나 요구를 관철시킨다’는 4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더듬어 보면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약성서 《창세기》 제4장을 보면, 인류의 시조 아담이 나온다. 그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큰아들은 카인, 작은아들은 아벨이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시기한 나머지 동생을 쳐죽였다. 이것이 인류사상 첫 번째 살인으로 기록되었으며, 학자에 따라서는 카인을 최초의 살인자이며 테러리스트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후 인류가 집단사회를 이루면서부터 테러리즘은 강한 자의 통솔도구, 공포정치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테러리즘이란 용어는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혁명정부의 주역이었던 J.마라, G.J.당통, 로베스피에르 등이 공화파 집권정부의 혁명과업 수행을 위하여 왕권복귀를 꾀하던 왕당파(王黨派)를 무자비하게 암살 ?고문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자행하였던 사실(史實)에서 유래한다. 즉, 단순한 개인적인 암살이라든지 사적 단체에 의한 파괴 등이 아니고, 권력 자체에 의한 철저한 강력지배, 혹은 혁명단체에 의한 대규모의 반혁명에 대한 금압 등을 일컫는다. 프랑스에서는 자코뱅의 공포정치에 대한 1794년 이후의 테르미도르 반동, 1815년 혁명 후의 루이 왕조에 의한 보나파르트파에 대한 탄압, 1971년 파리 코뮌의 패배 후, 이들에게 가해진 베르사유파에 의한 대량학살 등은 백색 테러리즘의 예이다. 이에 대하여 앞서 예를 든 자코뱅의 강압지배는 적색 테러리즘이라 불리는데, 혁명을 추진하기 위한 강권정치, 반동파에 대한 탄압 등은 1917년의 러시아혁명에서도 자행되었다. 그리고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배확립의 과정, 독재정권 수립 후의 공산주의자 또는 유대인 등에 가해진 잔인한 박해도 테러리즘의 예이다. 이와 같이 테러리즘은 혁명 ?반혁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현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한참 모자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이웃의 심리적 육체적 상실을 감내해내야 하는, 바로 관계의 문제이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으며, 그 어떠한 목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는 문제이다. 지금 이 순간은 그런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아마 이내들은 이미 65년 전에 이런 경험을 했으리라.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순리를 깨달았으리라. 숨져간 사람들과 다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과 도왔던 사람들, 아니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한 편으로는 감사의 목례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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