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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 런던 시내에 위치한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재영 한인 예술인회가 마련한 ‘예술인의 밤’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닌 만큼, 저마다 각자의 활동으로 바쁜 재영 한인 예술인들이 개인 시간을 할애하여 각종 전시 및 공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많은 외국인 손님들을 초청하여 한국 문화와 한국에 대해 알리는 뜻 깊은 자리로 마련되었다. 지난 기간 동안 재영 예술인회가 마련한 몇 건의 행사가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식으로 초청된 손님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흔치 않았으며, 또 무엇보다 장소 및 행사 전반을 지원해준 주영한국문화원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서 더욱 빛난 자리였다. 이날 문화원을 찾은 외국 손님들은 가야금 연주, 한국 전통 무용, 태권도 등 다양하게 선보인 한국 문화 공연에 큰 박수로 화답하며 훌륭한 행사였다고 평을 했다.

그런데, 이 기쁘고 뜻 깊은 자리에 부끄러운 잡음 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이전부터 재영 한인회 이사직을 맡으면서 동시에 예술인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던, 그러니까 재영 한인 사회에 그 누구보다 뜨거운 애정(?)을 지닌 어느 시인께서 이번에 새로 정비된 예술인회에도 역시 회원으로 가입했다. 예술인회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이날 행사에도 한 순서를 참여하기로 되어 있던 만큼, 예술인회 회장을 비롯한 예술인들은 그저 순수한 마음에 그냥 그분을 성실한 회원으로 알고 있었다.

원래 이번 행사는 외국인들에게 예술인회의 존재를 알리고,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데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행사였던 만큼, 또 문화원에서 뷔페 및 음료를 준비한 만큼, 이번 행사는 미리 초청자 명단이 작성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 초청자 명단은 예술인회 회장에게 보고되어, 작성된 명단을 문화원에 전달해야 했다. 그런데, 그 시인 분께서 제출한 초청자 명단에 ‘재영 한인회장 K씨’가 떡하니 적혀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재영 한인회는 정상화된 상태가 아니며, 당연히 재영 한인회장 역시 4만 재영 한인들의 선택과 동의에 의한 ‘한 점 흠 없고 정당하게 선출되고 인정받고 있는’ 회장은 아직 선출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공정하게’ 선출된 것으로 우기고 싶은 분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어찌 되었건, 누가 회장이고 아니고 간에 지금 재영 한인회는 ‘재영 한인회’라는 이름을 걸고 공식적으로 나서지 말아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K씨를 재영 한인회장으로 초청한 그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일까? 사실, 한인회가 정상적인 상태이고, 회장도 정상적으로 선출되어 임무 수행 중이라면 한인 회장을 초청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니 오히려 예술인회에서 공개적으로 초청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한인회장을 둘러싼 법정 소송이 오가고 혼란스런 상태에서, 한인회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정말 순수하게 헌신하여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려고 모인 예술인회 회원들의 어떤 사전 동의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런 일을 벌인다면, 도대체 사람들이 예술인회를 어떻게 보게 될 것인지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예술인회는 한인회의 부속 기관이 아니다. 물론, 상호간 유익이 되는 일을 함께 주고 받으며 협력할 수 있겠지만, 그건 두 단체 모두 ‘정상적’일 경우에 한해서이다. 더구나 예술인회는 한인 사회의 어느 갈등이나 편싸움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되는, 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보호해야 하는 단체이다. 지금과 같이 한인회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예술인회는 당연히 이를 경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긴, 이번 일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그 시인은 이전에도 한인회 이사랍시고 어느 한인 예술인들에게 장난(?)을 쳤던 사례가 있으니 아마도 예술인회가 한인회의 부속 기관인 듯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어쨌건, 한 회원의 개념 없는 발상으로 본 행사에 K씨가 한인회장으로 초청되었더라면, 이는 의도하지 않게 마치 예술인회가 K씨를 한인회장으로 공식 인정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더구나 이번 행사는 신임 주영한국대사도 참석하는 자리였던 만큼, 안 그래도 꼬여있는 한인회장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예술인회는 그 회원에게 정중하게 한인회장으로서의 K씨 초청을 거두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회원은 자기가 한인회 이사이며, 한인회장으로서의 K씨 초청이 뭐가 문제냐고 항변하면서 예술인회의 입장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지금 한인회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데 이사는 무엇이며, 또 그렇다면 그 회원은 한인회나 한인 사회 갈등과 정말 아무런 상관 없는, 더 솔직히 관심도 없는, 말 그대로 순수한 예술인들의 모임인 예술인회를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아니면 정말 이 모든 것들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개념이 없거나.

결국, 행사 시작 전 K씨는 행사장을 찾았고 우여곡절 끝에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초라하게 행사장을 떠나야 했으며, 불행히도 행사 준비를 하던 외국인에게도 이 소동을 보이고야 말았다. 사실, 상당한 실망과 수치를 겪었을 K씨 역시 이 소동의 피해자라면 피해자일 수도 있겠다. 그냥 그 개념 없는 회원이 초청을 했더라도, 지금이 정말 한인회장 자격(?)으로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게 바른 일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신중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K씨에게도 남는다. 한인 예술인들이 마련한 자리에서 같은 한인을 어쩔 수 없이 불편하게 떠나 보내야 했던 예술인회도 무고하게 당황스러움과 미안함을 느꼈던 피해자로 남았다. 함께 손을 맞잡고 아리랑을 합창해야 할 우리가 왜 이렇게 얼굴 붉히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겨야 하는지... 당신의 무개념이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하는줄, 당신은 진정 알고 계시는지...

벌써 2008년의 절반이 지났다. 남은 절반은 정말 재영 한인임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함께여서 더욱 기쁘고 더욱 뜻 깊은 그런 일들로만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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