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난립과 우리의 복지
서구의 가장 놀라운 복지모델은 인구 천만이 채 안되는 스웨덴이다.
사민주의 이념에서 비롯된 스웨덴 복지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면서도 이와 개념적으로 상충될 것 같은 높은 경제성장까지 이루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사실은 옳지 않음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스웨덴 사민주의 이념의 역사는 사회적 평등과 정의라는 사회주의의 이상은 견지하되, 이를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현실과 조화시키기 위해 실험과 도전을 끊임없이 감행한 역사로 압축된다.
그러한 스웨덴에서 2006년 9월 16일 벌어진 총선에서 사민당 패배라는 결과는 사민주의식 복지를 지향하던 한국의 진보진영에 큰 충격과 논란을 안겨준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유럽의 복지정책과 관련하여 "프랑스식 모델은 샴페인, 영국식 모델은 맥주다"라는 유명한 비유를 남긴다.
프랑스, 독일 등 대륙의 복지 모델이나, 영국과 아일랜드 같은 모델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업수당 덕분에 노동자들이 한계상황에 처하지 않게되어 실업에 취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아무튼 스웨덴 총선으로 촉발된 복지 논쟁은 여전히 OECD국가 재정 중 복지예산 비중이 최저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면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국민들의 열망이 5년의 세월을 지나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무상급식, 무상보육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지방선거의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까지 '친서민중도실용'이라는 타이틀로 전환시켜 버렸다.
이런 복지화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책연구소 출범과 함께 '맞춤형 복지'를 제시했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한 재정구조를 만들겠다는 '통큰제안'을 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러한 복지논쟁이 엄밀한 대한민국 사회구조 및 개인적 수요에 맞춰 세밀한 진단을 거친 결과물도 아닐 뿐더러, 어떠한 방향이 올바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려는 정치적 노력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오로지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선거전략'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셈이다.
맞춤형 복지는 복지재정 수요자들의 개별적 필요를 엄밀히 분석하고 이를 분류하여 정밀한 정책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교육과 주거, 문화 등 세부 영역에서의 필요성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각 영역별 정책들의 미세 조정이 가능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경우는 정책실행에서는 수월할 지 모르나 재정적 실현 가능성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대학등록금의 300% 인상안이 제기되어 나라가 들끓고 있고, 이탈리아는 장학금을 대폭 축소하였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연금수령 개시를 늦추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안을 마련중이다.
재정위기로 신용강등까지 된 아알랜드와 스페인은 복지예산 감축으로 재정위기를 벗어나고자 안감힘을 쏟고 있다.
한국 역시 무리한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재정적 문제점에 맞딱뜨리게 될 것이다.
여야 모두 단지 선거를 위한 포퓰리즘적 복지보다는 복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뒷받침할 세밀한 복지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작동 가능한 복지서비스가 우선되어야만 서구가 거친 복지와 관련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이제는 서구의 어떠어떠한 모델을 도입한다는 논의가 아니라 우리의 복지모델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