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최대 충격, 베이비부머 은퇴
일반적으로 베이비 부머는 2차 대전이 끝난 46년에서 65년 사이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들을 말한다.
전쟁 기간 동안 서로 떨어져 지내던 많은 부부들이 전후 다시 만나면서 출생붐이 일었고 이렇게 태어난 엄청난 규모의 출생아들이 이전 세대와는 다른 문화와 사회구조의 변혁을 주도해왔다.
한편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이 발표되기 전인 1963년까지 태어난 816만 명의 출생아들을 일컫는다.
특히 58년생 개띠라 불리는 집단은 단군 이래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80만 명을 넘은 세대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시기엔 이부제 수업을, 결혼 당시에는 아파트 붐을 일으키면서 한국의 산업발전과 사회 전반의 발전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베이비 붐 세대는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적 풍랑을 온 몸으로 견뎌낸 근간이 되는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4·19세대, 386세대처럼 세력화하지도 못했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합당한 대우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이들은 흔히 낀세대라고 불리며 부모 봉양과 청년실업에 신음하는 자식 세대 부양에 신음하는 세대이다.
이런 그들이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고 있다. 2010년부터 이 세대의 대량 은퇴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 문제로 인해 노동력 감소, 자산시장 수급 불균형 심화, 재정건전성 악화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탄력이 저하되었다.
이런 선례를 바탕으로 본다면 우리 역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주택 수요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와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초래하는 등 한국경제의 경착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베이비부머 세대는 1997년 IMF 경제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이미 두 차례나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 대량 실직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실상 이런 과정에서 정작 퇴직할 상용직 근로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오로지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이 거의 다인 그들에게 지금부터 심각한 경제적 부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즉 한국사회의 최대숙제가 남은 셈이다.
이런 우리에게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선례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일본의 경우 일본 베이비붐 세대를 뜻하는 약 700만 명의 ‘단카이 세대’의 은퇴에 맞춰 일본 정부는 2004년부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우선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60세 정년 의무화`를 규정했다.
이와 함께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는 1인당 지원금 월 5만~7만엔과 다양한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2006년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런 정부의 대책에 대해 기업들은 은퇴 쇼크에 대한 범국가적인 대응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정책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은퇴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연령차별금지법’을 개정해 정년 제도를 폐지했고, 채용 승진 급여 등에 나이 차별을 금지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60세 이후에도 오랫동안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이에 따라 2009년 기준 미국인 공식 은퇴 연령은 65.8세로 한국인보다 8세 가까이 늦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년이 8년 가까이 연장되는 것이다.
연금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이제 도입단계인 퇴직연금을 집중 육성했다.
2009년 6월 말 현재 미국 퇴직연금 총자산은 14조4000억달러로 가계금융 자산 중 34%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소득대체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그 준비 자체가 이미 많이 늦은 편이다.
은퇴가 본격화된 2010년에야 부랴부랴 정부에서 베이비부머 은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책화되어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 개인에게 전적인 은퇴 준비를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일단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가 당장 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일본식 ‘노ㆍ사ㆍ정 공동 대응형’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내놓으면 기업과 개인이 적극 호응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정년 연장, 세제 지원, 연금구조 개편 등 각종 대책이 포함된다.
하지만 1968~1974년생 출생자인 제2기 베이비부머들에게는 이러한 일본식 모델을 적용하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게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민간이 주축이 되어 젊어서부터 소득 중 일정 부분을 개인연금에 투입해 스스로 노후에 대비하여 사회적으로 큰 비용 부담 없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영국식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들의 은퇴이슈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향후 50년을 좌우할 이번 이슈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