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전쟁 후 서방 세계가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향후 관계설정 등을 놓고 온도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이른바 '구 유럽'(EU 초기 회원국)은 러시아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지만 폴란드·발트 3국 등 '신 유럽'(동구 붕괴 후 EU 가입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강경책을 강조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을 인용해 경향신문이 19일 보도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은 17일 "러시아 측이 과도한 대응을 한 측면도 있지만 그루지야가 자국의 역할에 대해 매우 심각한 판단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또 "유럽은 러시아 입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라는 분석이다.
지난 4월 "러시아를 자극한다"며 그루지야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의 즉각 철군 등을 요구하면서도 지난 15일 "(이번 사태는) 그루지야와 러시아 모두 비난받아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탈리아의 프란츠 프라티니 외무장관은 아예 "반 러 정책은 EU의 이익을 해친다"고까지 했다.
반면,러시아와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가 있는 동유럽의 폴란드,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우크라이나 등 '신 유럽'국가들은 '구 유럽'국가들이 러시아와의 상업적 관계 등을 고려해 러시아의 침략행위에 지나치게 부드럽고 저자세를 보인다고 비난하며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가디언은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견해차를 보였던 '구 유럽'과 '신 유럽'이 다시 의견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며 "'구 유럽'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중재자로서의 역할 소멸과 에너지공급의 어려움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신 유럽'은 역사적 경험으로 늘 대 러시아 강경책을 고수해오며 이번 사태도 심각하게 본다"며 "그러나 '구 유럽'은 이번 사태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만큼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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