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파리. 수 천명의 실업자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대선 캠페인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실업과 고용불안정의 근절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사진)
12월 2일자 르 몽드 지가 같은 날 파리에서 있었던 시위행렬에 대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수 천명의 실업자들이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집결했는데, 이는 실업과 고용 불안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시위대는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la place de la République)에서 고용안전센터가 있는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그들이 내건 플랫카드에는 “시간-일-돈의 순서를 바꿉시다”라고 적혀 있었다.
CGT- Chômeurs를 비롯하여 MNCP, Apeis 와 같은 실업자 조합들은 회원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대선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번 시위대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 참가자들은 “우리는 항상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업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입니다.”라고 환기시켰다. Apeis의 대변인 필립 빌샬란 Philippe Villechalane씨 역시 “12월 초에 이 같은 시위를 조직하게 된 것이 올해로 4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가 이런 운동을 펼치는 이유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실업자들의 삶이 해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위의 목적은 ‘우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또 프랑스에서는 아직도 5백 만 명의 실업자가 있고, 실업자가 아닌 약 7백 명의 노동자들 역시 ‘일을 구하지 못한 자’들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극도로 비관적인 것이 아님을 말하고자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어떤 정치, 사회적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이고 급기야 기업들마저도 ‘선진국이란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잊은 채, 그들의 영리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Caen에서 회사생활을 하다가 2001년 퇴사한 54세의 Maguy씨는 “이 시위는 매년 12월 초에 열리게 되어 ‘많은 이들이 성탄절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어떤 의식이 되어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업자도 유권자
이번 시위대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는 파리지엥이 아닌 이들도 있었다. 즉 바쓰-노르망디 (Basse-Normandie)나 아르덴느(Ardennes)와 같은 프랑스의 타 지역에서도 많이 온 것.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4년 전부터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는 사르트(Sarthe)출신의 푸른 눈 쟝-삐에르(Jean Pierre)씨다. 그는 “제 나이 50이 다 돼 일을 구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프랑스 대선 후보자들이 우리의 외침을 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가 ‘프랑스는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위참가자들은 이 외에도 “프랑스 정부는 성탄절을 맞이하여 사회최저 생활비(RMI) 수혜자들과 실업자들에게 152유로 상당의 명절 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흔히 ‘고용불안정’이라 하면 젊은이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올해 32세의 마리(Marie)씨 역시 이 카테고리에서만큼은 예외가 아니다. 그녀는 현재 툴루즈에 위치한 회사에서 파트타임제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시위대에서 “실업자도 유권자”라는 플랫카드를 내 보이며 미취업자들 역시 이번 대선에서 투표를 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은 실업자들뿐 아니라 회사에 첫 발을 디딘 ‘취업연수생’들의 모임이기도 했다. 연수생들은 이날 있었던 시위에서 “실업자가 아닌 ‘실업’과의 전쟁을 벌입시다”라고 말해 주위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