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북경 올림픽 10일째. 앞으로 6일간의 경기를 더 남겨놓고 있는 18일 현재, 프랑스는 펜싱 남자 단체전에서 금 2개, 레슬링에서 금 1개, 수영에서 금 1개, 총 금메달 4개로 종합 11위를 달리고 있다.
올림픽 경기 초반, 금메달을 예상했던 종목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던 프랑스는 앞으로 핸드볼과 레슬링 등에서 추가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경기 자체에 흥미가 가질 뿐 ‘금메달’이라는 올림픽 성과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듯 보인다.
특히나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다보면 의외의 경우에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중계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들이 한결같이 ‘경기 잘했다(Bien joue!)’, ‘멋지다(C’est magnifique!)’ 혹은 ‘브라보’ 등을 외치며 환호해서 ‘드디어 프랑스가 금메달을 땄구나’ 했는데 결과를 보면 은메달이나 동메달에 그치는 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에 그치면 한없이 안타까워하며, 아쉬운 소리만 하는 한국의 아나운서들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당황스럽고 신기할 뿐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에 머무는 선수들도 환하게 우스며 모두들 경기를 즐길 뿐 억울해하며 운다거나, 국민들에게 미안해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금메달’만을 최고로 쳐주는, 금메달 딴 선수만을 최고로 쳐주는 한국의 모습에 반성하는 모습들도 곳곳에 비친다. 하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 혹은 순위권 밖에 머무는 선수는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 한국의 모습이다. 인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훈남∙훈녀에게는 플래쉬 세례가 터지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신문이나 TV에 내보내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프랑스의 인어 공주라 불려지던 로르 마노두 선수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을 때도 프랑스 언론이나 국민들은 그녀의 메달에 집착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지난 4년간 성실히 훈련에 임했는가를 놓고 토론을 펼쳤다. 금메달 유망주였던 펜싱의 쟈네(Jeannet)선수와 유도의 다르블레(Darbelet)가 은메달을 땄을 때도 프랑스 국민들은 ‘금메달’을 딴 것처럼 기뻐해주었다.
메달 유망주가 아니여도 그 선수가 경기에 임할 때는 꼭 10분씩이라도 중계를 내보내며 응원을 해주는 프랑스의 모습에서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스포츠를 진짜로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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