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피가로는 지난 주 21일 바스티유 광장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터내에 마련된 이색적인 장소를 소개하였다. 로-에-라론느(Lot-et-Garonne)의 농민들과 프랑스 토지 경작인 노조협회인 Modef의 가입자들이 야채와 과일 등의 공정하고 합당한 거래를 위해 기획하고 준비한 장터가 바로 그것이다.
7시. 바스티유에 장이 설때면 늘 들른다는 필립(32세)씨는 "예상치도 못한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처럼 수퍼마켓에서 늘 비싼 야채만 접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유익하고 재밌는 행사’라고 전하며, 감자 5Kg에 5유로, 토마토 6kg에 9유로, 잘 익은 멜론 3개를 4유로에 샀다며 즐거워했다.
토마토, 멜론, 사과, 복숭아, 포도 등 약 15명의 야채와 과일 생산자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전날 밤 약 60여톤의 상품들을 싣고 마르망드(Marmand)지방에서 출발했다. 이들이 이날 바스티유 광장에서 판매한 상품들은 원래 파리와 일-드-프랑스 지역의 도∙소매업자들을 거쳐 파리 슈퍼마켓에서 원래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던 것들이다.
8시. 본격적으로 사람이 몰려드는 시간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값싼 가격에 만난 소비자들은 뜻밖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공산당(Parti Communiste Francaise)과 Modef 깃발이 달린 가판매대 앞에 길게 줄을 섰다.
공산당 총수인 마리-조지 뷔페(Marie-George Buffet)씨는 "이번 행사가 국민들의 구매력을 점점 하락시키는 정부의 모든 개혁에 일침을 가하는 기회로 이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뷔페 총수는 현재 프랑스 농업의 극심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가 하루빨리 농민의 생활을 안정시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 국민이 처해있는 직접적인 위기에 대해서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봉급자와 퇴직자들의 어려움이 뒷전인 채로 기업주들이나 경영자 위주의 정치를 펴가고 있다. 그들에게 경제의 후퇴는 아무런 상관이 없나보다"라고 프랑스 정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로-에-가론느의 Modef 회장인 하이몽 지라르디(Raymond Girardi)씨 또한 "현재 농민들이 겪는 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전하며 "(야채나 과일 등의) 생산자들이 도시 판매가격의 절반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지라르디씨에 따르면, 지난 10-15년간 프랑스 야채∙과일 생산업자는 반으로 줄어들어든 상황. 이러한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앞으로 몇 년안에 프랑스 야채∙과일 생산은 중단될 것이라는 게 지라르디씨의 설명이다.
9시가 넘어가자 사람들은 점점 더 붐비기 시작했다. 지라르디씨는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다"고 장터의 활발한 분위기를 전했다. 파리 외곽에서 바스티유까지 찾아온 뽈레뜨(Paulette, 67세)할머니와 도미니끄(Dominique, 54세)할머니는 끌고 온 장바구니에 감자와 당근, 사과 등을 한껏 실으며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전하며 "특히, 유로화로 바뀐 다음부터 야채나 과일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졌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평상시 그들이 접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과 고품질의 상품에 만족해하며 다음 장날을 기약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임금제도와 농업제품 가격 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한바 있다. 프랑스 국민들은 누구의 정부이든, 유럽의회 순차의장이 누구이든 간에 공동유럽 농업 정책(PAC)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덤핑을 막아줄 수 있는 대안책을 바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식량기구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로저널 ONLY 뉴스 에 게재된 각국 기사 내용은 한국 언론들이나 포탈싸이트에 보도되지 않았거나, 본지가 직접 취재한 기사들만을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