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by 유로저널 posted Nov 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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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11월9일은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꼭 20해가 되는 날이다. 20세기 현대사 중 가장 중요한 날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이 역사적인 사건은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독일인들의 기억 속에는 생생한 것 같다.

저녁 8시 베를린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열린 기념식"자유의 축제"에는 보베레이테 베를린시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수상 그리고 니콜라 사루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를 비롯한 유럽연합 소속의 각국 정상들과 미국 외무성장관 힐러리 클린턴, 러시아 대통령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구 소련의 당서기 고르바쵸프 등이 참석했다.

보베레이테 베를린시장에 이어 사루코지 프랑스대통령, 메드베데프 러시아대통령, 브라운 영국총리, 클린턴 미국 외무장관 등이 축사를 했으며 마지막 순서로 연단에 오른 메르켈 독일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는 시대의 획기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동서 냉전시대의 종식이 시대적 요청이었음을 강조하는 한편, 독일이 통일되었지만 여전히 "동서독간에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있으며 독일 통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베레이테 베를린 시장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독일이 통일을 이룬 것은 미국을 비롯한 우방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특히 미국, 프랑스 그리고 소련의 도움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브란덴부르크 문 앞 광장에는 늦가을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수 십만의 시민들은 우산을 쓴 채로 운집해있었다. 20주년 기념행사의 절정인 베를린장벽 넘어뜨리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베를린 장벽과 높이와 크기가 같은 인공 돌판을 늘어 세워놓고 이것들은 도미노게임하듯 넘어뜨리는 행사를 말하는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시 남동부의 포츠다머 플라츠 광장에 이르는 1.5㎞의 거리를 따라 무게 20kg, 높이 2.5m의 인공석 도미노 1000개가 세워졌다. 이 도미노는20년 전 베를린 장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14.000 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갖가지 그림들을 그려넣었다.

밤 8시30분 마침내 첫 도미노가 넘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유럽의 공산주의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폴란드 자유노조연대의 레흐 바웬사가 첫 도미노를 쓰러뜨렸다. 환호성을 지르는 시민들. 그들은 다시 한번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며 20년 전 감동을 되찾고 있었다.

20년전 동독에 살았다는 한 시민은 지금은 함부르크에 살고 있지만 당시의 감격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베를린에 왔다면서 끔찍했던 동독시절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며 울먹였다.

1961년 8월 동독 정권은 주민들이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155㎞의 베를린 장벽을 쌓아올렸다. 이후 베를린 장벽은 동독이 몰락하기까지 28년 동안 동서 냉전과 독일 분단의 상징이 되었다. 당시 7만5000여명의 독일 주민이 장벽을 넘으려다 구속됐고, 130여명은 장벽을 넘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20년 전을 회상하는 많은 독일시민들은 동서독을 가로막았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사건은 사실 생각지도 않았던 뜻밖의 실수로 빚어진 하나의 코메디와도 같았다고 말한다.

1989년 독일 사회주의 통일당의 새 서기장이 된 에곤 크렌츠는 민주화 바람이 부는 동독사회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여행을 쉽게 할 수 있는 여행 관련법을 개정하려고 했다. 그러자 여권담당부서는 여권만 있으면 해외여행 허가를 신청할 수 있고 당국은 이를 즉각 허가해준다는 내용의 초안을 만들어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보냈다. 공산당 중앙위원들은 이 초안이 여행 자유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모른 채 통과시켰고, 서류는 공산당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에게 전달됐다. 문제는 이것을 이튿날 발표하도록 계획되어 있었는데 대변인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언제부터 시행되느냐고 묻자 얼떨결에 새 규정은 즉각 시행된다고 말해버렸던 것. 공식석상에서 한번 나간 말은 주어담을 수 없고 이 발표가 나가고 약 2시간 후, 뉴스를 들은 동베를린 시민들은 국경검문소로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국경이 열렸다. 그리고 언론들은 이 사건을 곧바로 베를린 장벽 붕괴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김운경
woonk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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