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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사랑에 빠진 영국인 Philip과 함께 (1)

by 유로저널 posted Jul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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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겨울 젊은 한인 아티스트 강승희의 개인 전시회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게 되었다. 한국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옆에서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영국 남성의 모습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만큼 좋은 친구가 된 Philip Gowman과의 소중한 첫만남이었다. 슬쩍 말을 걸어 보았더니 그는 이미 2006년 아시아 하우스에서 개최된 ‘추석’ 행사 때도 필자와 같은 자리에 있었고, 한국 문화에 대한 해박함이 예사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영국에서 개최된 크고 작은 한국 관련 행사, 공연에서 매번 그를 반갑게 마주칠 수 있었으며, 그는 한국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영문 웹사이트 가운데 아마도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London Korean Links(www.londonkoreanlinks.net)를 운영하고 있었다.  

런던 금융 중심지인 시티 지역에서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유능한 회계사로 근무해온 Philip의 취미는 바로 한국, 한국 문화였다. 그는 어지간한 한국인들보다 한국 문화, 역사에 대해 해박했고, 영국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한국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으며, 이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려 외국인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여러 외국인들의 그의 웹사이트에 한국과 관련된 글을 기고하였고, 이제 그의 웹사이트는 외국인들에게 한국과 한국 문화를 가장 폭넓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또 영국에서 개최되는 한국 관련 행사를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한국 사랑은 재영 한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으며, 지난 달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된 ‘재영 한인 예술인의 밤’ 행사 때는 직접 사회를 보기도 했다.

제법 긴 분량으로 작성된 Philip과의 이번 인터뷰는 한국과 한국 문화를 열렬히 사랑하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한국 문화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보고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우리가 한국과 한국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번 인터뷰는 철저히 London Korean Links 운영자로서의 Philip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만을 담은 만큼, 그 외에 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은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았음을 미리 밝혀둔다.

Philip은 몇 차례 직접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고 제주도(사진 참조)와 인사동이 너무나 좋았다고 했다. 소주를 좋아하는 Philip은 소수를 따를 때는 한국식으로 두 손을 갖추어 따르기도 했다. 그의 가방에는 한국어 교재가 들어 있었고, 한국 사람들이 MP3로 가요를 다운받고 있을 때, Philip은 거금을 들여 한국 가요 CD를 주문하고 있었다. 한국과 사랑에 빠진 영국인, Philip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유로저널: 인터뷰를 위해 이렇게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일단, 언제, 어떻게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Philip: 저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운 좋게도 정상급 회계 전문 기업에서 근무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고객이 바로 한국 시장에 투자하려던 최초의 유럽 투자 회사였습니다. 한국과의 첫 인연은 거기서 시작된 것 같네요. 당시 한국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저는 한국 시장을 대상아로 주식, 자본 관련 자료를 검토해야 했는데, 거기에는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많은 한국 은행들이 런던에 지점을 설립하던 시기에 마침 제가 속한 회사가 이 일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한국을 접할 기회가 더욱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2000년도에 비록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아시아에 대한 흥미를 고조시켰던 ‘와호장룡’을 감상한 뒤 아시아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침 당시는 한국 영화가 상당히 부흥하던 시기였습니다. 마침, 비즈니스를 통해서도 익숙해져 가던 한국, 그리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지요. 게다가 제 머리를 담당했던 헤어드레서가 한국인이었답니다. 우리는 영화와 음악 등을 서로 추천하고, 교환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저의 탐험이 시작된 것이지요.

유로저널: 사실, 심지어 요즘에도 서양인들에게 한국과 한국 문화는 중국, 일본의 그것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그에 대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Philip: 아마도 그것은 한국의 역사에서부터 기인한 것 같습니다. 한국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 시대의 쇄국정책을 비롯,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던 기록이 있으니까요. 제가 알기로는 중국과는 제법 관계를 맺었고, 일본에게는 식민 통치를 받았으며, 서양 국가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한 20년 가량 된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한국 상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면서였을 것이고, 그 뒤에는 한국 영화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요즘에는 비 같은 한국 스타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함으로써 서양인들에게 한국이 노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외국인으로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알기를 원했을 때, 그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는지요? 그 때마다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지요? 또,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한국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Philip: 아무래도 저마다 원하는 자료와 정보를 찾아가는 각자의 방법과 방향이 있겠죠. 외국인을 위해 한국에 관한 모든 것들이 훌륭하게 종합된 창구는 마련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만일 사람들이 제 웹사이트를 그러한 창구로 활용한다면 저로서는 더없이 흐뭇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 영화에 처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주로 koreanfilm.org라는 웹사이트를 이용했었는데 정말 훌륭했습니다. 한국 역사나 문학을 구하기 위해서는 주로 서적을 이용했습니다. 마침 런던 최고의 서점 가운데 한 곳인 Daunt 서점 인근에 거주했었는데, 그 서점에는 국가별로 서적들이 분류되어 있어서 한국에 관한 서적을 발견하기가 용이했습니다. 성인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가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korea.net이나 tour2korea.com 같은 웹사이트는 자료 검색이 불편해서 거의 이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무엇인가에 진정으로 관심과 열정이 있는 일반인이 제작한 컨텐츠가 국가적으로 문화 홍보가 직업인 이들이 제작한 컨텐츠보다 더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 발언은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홍보 활동에 대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저는 한국이 문화 홍보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주영한국문화원을 보세요! 너무나 잘 꾸며진 탓에 저는 저렇게 엄청한 예산을 문화원을 꾸미는 데 투자해서 과연 문화 행사를 개최할 예산이 남아 있을까 걱정을 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제 우려와는 달리 주영한국문화원은 꾸준히 좋은 행사들을 개최해 오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한 가지 덧붙이면 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각종 한국 문화 행사, 공연에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투자는 곧 한국 기업에 엄청난 보답으로 돌아올 거라 확신합니다.

다음 회에 계속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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