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인형 국보’강소희 작가의 작품세계를 듣는다
유로저널 3월 24일자부터 유럽 내 한인 독자들은 주옥 같은 작품들을 매주 만날 수 있다!
"자전거탄 부녀는 저와 제아버지입니다.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해서 눈물을 흘리며 만든 작품입니다.
제 작품들은 그렇게 다 만들어졌습니다. "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시절의 모습을 담은 강소희(53세)씨.
평범해보이는 그녀는 자전거 탄 풍경’을 비롯한 두 권의 책 저자이며,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회로 ‘전통인형 국보’라 찬사까지 얻은 인형작가다.
이러한 국보급 종이 인형작가가 아무 조건없이 유로저널을 통해서 유로저널 독자들에게 이번 호부터 주옥같은 자신의 작품들을 선물한다.
흔하지 않는 '종이인형 작가'로 유로저널 독자들에게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강소희 작가를 유로저널이 직접 만나 작품 세계를 듣는다.
유로저널: 안녕하십니까 ? 저희 유로저널에 국보급 전통인형 작품들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어떤 동기로 종이인형 작품을 하시게 되었나요 ?
강 작가 : 손재주 많았던 동생을 가까이 두고 싶어하던 큰 언니께서 많은것들을 배우게 해주셨어요.제게 많은 투자를 하셨지요. 당시 최고였던 어국자선생님에게 수직공예를 배운 것을 시작으로 등공예,등가구, 비바리움, 동양화, 구슬공예, 캔들 공예 기억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참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일본 주름종이인형이었고 다른 것은 다 두어달 하다가 말았지만 인형만들기만은 밤새는 줄 모르고 만들었으니 적성에 맞았나 봅니다. 그당시 여러가지 배웠던 것들이 밑거름이 되어서 소품만들기가 쉬웠고, 후에는 용고 같은 북을 만들기 위해 단청도 조금 배우고, 고 신동엽시인의 부인이신 짚풀박물관 인명숙 관장님을 찾아가서 새끼꼬는 것도 배운다고 극성을 떨었지요. 새끼꼬는 것도 쉽지는 않더라구요.
배워야 할 것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서 공부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릴까봐 다른작가의 닥종이 인형전시회는 거의 가지 않았다고 한다.
오직 추억을 더듬고 옛날에는 어떻게 염색을 하였을까 ? 풀을 뜯어 으깨어 염색도 해보고 오래된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쌀집 자전거를 빌려 거실에 두고 몇날을 쳐다보며 잠을 자지 않아도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1970년 발명의날에 대통령 표창장을 받으셨다고 자랑하는 아버지의 끼와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탓이다.
잡곡을 넣은 천인형을 만들면 침대를 만들어 주셨고 납을 녹여서 만드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이쁜 스탠드를 만들고 원하는 소꼽놀이를 만들어 주셨던 아버지!
어릴적 기억으로는 못 만드시는 것이 없는 아버지다.
지금도 소품을 만들다가 어려우면 하늘을 쳐다보며 '아버지~! 아버지 딸이잖아요!'를 외치면 힘이되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강씨다.
유로저널: 종이인형 작품은 언제부터 몰입하시기 시작했나요?
강 작가 : 결혼하기전부터 했으니 30년입니다. 처음에는 동화속의 인형들과 화려한 드레스인형을 만들다가
12년전 쯤 처음으로 닥종이로 가족인형을 만들었더니 외아들 병훈이가 이젠 닥종이 인형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주위의 반대가 심했지만 망설임 없이 그 인형들의 작품명을 '삶'이라고 붙이고 인사동에 작업실을 얻었고 문여는 날 부터 잡지 인터뷰를 시작했으니 운이 좋았던 거지요.영국대사관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영국인 헤레나도 아동화가 김옥순 수녀님도 '삶'을 보고 오셔서 강습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삶'입니다."
작가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작품의 소재이며 인형제작은 어떤 것을 만들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기획하는 단계만 지나면 막상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만큼 구상이 90%를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지 계획이 잡히면 아주 가는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여기에 종이를 여러번 감아 대략적인 구조를 만든다.
그런 후 세부 표현을 하고, 옷을 입히고, 소품을 만들면 작품이 완성된다.
뼈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닥종이로만 이뤄진다. 그러나 자전거 같은 소품은 한달이상이나 걸린다.
강씨의 작품에는 눈, 코, 입이 없다. 표정은 보는이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아무 것도 없는 얼굴 속의 여백은 만 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씨의 인형작품은 디테일한 선으로 정확하게 기억 속의 풍경을 재현해내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방송소품용으로 의뢰받은 작품과 크리스마스 구유인형을 제외하고는 얼굴표정이 꼭 있어야 하는 중요성도 못느낀다.
작가가 표정을 정해주면 다 똑 같은 느낌으로 보이지만 보는 이의 과거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감회도 다르게 받아 들여주었으면 하는것이 바램이다.
수백개의 인형이 희노애락의 표정으로 반복되다 보면 오히려 식상하지않을까 싶다.
유로저널 : 작품 속에는 얼굴 표정 등이 없는데 혹시 표정이 있는작품도 있으신지..?
강 작가 : 간혹 '표정을 못만들어서 ?' 라고 묻습니다. 손톱만한 얼굴에 눈 쌍꺼플까지 다 만들어 놓은 구유인형을 보시면 결코 못 만들어서 아닙니다. 제 작품들이 다 작습니다. 가장 큰 것이 20cm이고 10~15cm 정도이며 7등신 이상은 되기때문에 동작들이 리얼합니다. 아주 작지만 붕어빵 아주머니의 조끼는 종이를 꼬아서 뜨게질한 것이며 한지의 보플까지 보이니 진짜 털실인줄 알아요. 아~!! 이렇게 작지만 사실적이구나!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입니다. 인형은 작아야 귀엽고 앙증스럽지요?
이런 그녀의 작은 분신들이 "그땐 그랬지"란 타이틀로 LA전시장에서는 유료전시였음에도 최다관람 기록을 세웠고 연장전까지 했다.
고국을 떠난 이민자들은 전시장에서 타임머신을 탄듯 과거로 돌아가서 눈물을 흘렸고 버스 대절해서 단체관람을 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월드컵 성공개최 일주년 기념 한일작가전에서는 일본인 작가 885명의 작품과 한국대표로는 혼자 참여하여 일본과 서울을 오가며 신라시대 축국인형부터 붉은 악마, 동네축구등을 전시하였고 히딩크 감독이 떠나는 날 붉은 악마인형을 선물 했다.
유로저널 : 이렇게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특별한 소원 정도는 하나 가질만도 한데요 ?
강 작가 : 소원이요 ? 작가로서 작품이 많은 관람객을 만날 수 있다면 가장 큰 행복이고 바램이겠지요.
또 작품들을 저승 갈 때는 가지고 갈 수 없으니 어디다 잘 두고 가야 할진데 그것이 큰 숙제입니다.
유로저널 :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희 유로저널 독자들께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강 작가 :이번 봄부터 전유럽의 한인사회로 유일하게 배포되고 있는 주간신문 유로저널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포토에세이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작가소개
강소희 http://pdolls.biz
soheedoll@hanmail.net
저서 :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강소희 종이인형
: 자전거 탄 풍경
유로저널 김 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