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족, 그 아름다운 관계
이천칠년구월입일일 오후 프랑크푸르트 니더라트 사무실 창가에 서서 투명한 가을 햇살을 가로질러 달리는 자동차를 눈부시게 바라봅니다.
주말 산책을 즐기고 있는 중년 부부의 여유로운 발걸음을 쫓아가 보며 지난 삼년, 자동차처럼 내달았던 독일에서의 일과 삶을 돌이켜 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스치며 부딪쳤던 인연들을 소중히 꺼내어 봅니다.
지난 삼년, 무슨 꽃이 필 지 몰라 마음 졸이면서도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마음 쏟고 물 주었는데 어느새 큰 산이 되어 제 옆에 다가 선 인연들과 그러구러하다가 회자정리의 안타까움으로 마무리되고 마는 인연들과 그만 용기가 없어 만남을 피했던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그런 인연들이 하나가 되기 위한 관계 속으로, 그 아름다운 명분 속으로 모여듭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우연의 그 순간이 인연이라면, 아름다운 관계는 서로의 공통된 가치관이 인연 안에서 부딪쳐 승화될 때 이루어집니다. 독일 땅에 와서 한글학교 가족과 맺은 인연이 교육이라는 절대가치와 어울어여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관계가 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한글학교는 인연을 보듬어 아름다운 관계를 만드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름다운 관계는 “민통선 평화기행”에서의 이시우 님의 글처럼 요구하기에 앞서 인정하는 것이고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는 것입니다. 사람 사이에서,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교사와 교장 사이에서, 교장과 학부모 사이에서, 서로 배우려고 노력하고, 서로의 장점과 색다름을 인정해 준다면 관계는 아름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지면은 제가 교장협의회지를 통해 인사드리는 마지막 자리입니다. 한글학교 가족 모두가 서로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나누는 아름다운 관계가 되어 ‘학생이 주말을 기다려 가고 싶고, 교사가 가르치는 데 기쁨과 긍지를 느끼고, 지역사회가 보람으로 돌보는 학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글학교 가족이라는 그 아름다운 관계 안에서 행복했습니다.
###
위 글은 10월26일부터 28일까지 독일 올페에서 열린 2007년 재독한글학교 교사연수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윤인섭교육원장이 한 마지막 인사말이다. 윤교육원장은 4년간의 독일 임기를 마치고 내년 중 귀임할 예정이다.
독일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장 김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