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재독 한글학교 교사 연수-한국어 교수 학습 방법 개발
“한글학교 가족, 그 아름다운 관계”
지난 2007.10.26부터 28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2007 재독한글학교 교사 연수가 주독한국교육원(원장: 윤인섭) 주체로 중부독일 Sauerland 지방의Olpe시에 있는 Biggesee 유스호스텔에서 개최되었다.
26일 오후5시부터 시작된 개강식에는 손선홍 주독대사관 본분관장을 비롯한 윤인섭 교육원장, 강여규 유럽 한글학교 협의회장, Horst Mueller 올페 시장 등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한글학교 교장선생님과 교사 등 관계자 100 여명이 참가하였다.
이명옥 (뮌헨한글학교장)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에서 윤인섭 교육원장은 “공식석상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는 게 아쉽다.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준비했다. 마음 같아서는 좋은 호텔로 선생님들을 모셔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싶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유스호스텔로 모셨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고 일정동안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시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올페 시장 뮐러 씨는 행사 시작 전 윤인섭 원장에게서 배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뮐러 시장은 “Olpe 시는 숲이 많아 공기가 맑고 산업도시로 발전하고 있으며 서울보다는 조금 작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한 중앙에 위치해 있어 프랑크푸르트나 쾰른에서 가깝고 남쪽 끝 뮌헨이나 북쪽 끝 킬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로도 올 수 있다.”면서 올페의 자랑과 아직도 분단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몇 년 전 독일의 사정도 같았다며 남북한이 잘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는 또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이곳을 찾아 준 여러분을 환영하며 좋은 주말이 되고 해마다 이곳에서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으면 더 없는 영광이겠다.” 며 격려사를 마쳤다.
우수교수 학습자료 발표대회 시상은 <프리젠테이션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을 올린 자알란트 한글학교 교사인 장동욱 교사가 우수상을 받았다.
한글날 기념 우리들의 솜씨자랑 사이버대회의 최우수상은 서예, 수묵화 부문에 모신이(에어랑엔 뉘른베르크 한글학교)의 ‘한글사랑’, 그림 부문은 이율리(보훔 한글학교)의 ‘호랑이가 담배 피는 시절’, 글짓기 부문은 박예지(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의 ‘우리는 왜 한글을?’ 이 상을 받았다.
글짓기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박예랑(마인츠 무궁화 한글학교)이 학생대표로 참석해 상을 받았다.
며칠째 독일 기관사들이 데모를 하는 관계로 고속도로 사정이 혼잡했는데 손선홍 본 분관장도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예상시간보다 늦게 참석해 죄송하다며 격려사를 시작한 손선홍 분관장은 “재독한글학교가 동포사회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한글학교는 우리 2세들의 한국문화 교육에 대해 무단히 노력하여 왔다. 또 일부이긴 하나 우리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일인에 대해서도 우리 한국어 교육을 하여 왔다. 이제 성년으로 성장하여 독일사회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2세들이 우리말을 하고 또 우리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부모님과 재독한글학교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서 교사 여러분들의 한국어 교육에 힘쓴 노력과 열정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아울러 재독한글학교에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는 주독한국교육원 윤인섭 원장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또
독일속담 ‘활동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진다.’ 를 예를 들면서 금번 연수회가 “새로운 교수 방법과 새로운 지식을 얻고 경험을 쌓고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독일대통령 호르스트 쾰러씨가 2006년9월 베를린, 교육에 관한 한 연설에서 말한 얘기를 인용했다. ‘교사가 된다는 것은 직업을 갖는 것 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다. 교사로 활동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은 확고한 전문지식, 어린이에 대한 사랑, 학생 개개인에 특별한 것이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고 하며 “보람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게 아니며 인생에서의 진정한 보람은 우리 스스로 느낄 때 더 크다. 행사를 준비하느라 수고한 윤인섭 원장님의 노고에 격려를 보내고 교사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토론속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며 격려사를 마쳤다.
저녁식사 후 이어진 기조강연은 김영자 박사(레겐스부르크대학 학술교류자문위원)가
비한류지역 독일의 한국어교육 진흥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들었다.
김영자 박사는 기조강연에서 중국에는 독일에 공자학당이라는 중국문화회관을 짓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 국립국어연구원에서도 세종학당이라고 하여 시도하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며 독일에서 교포자녀와 외국인에게 한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포1세의 한국교육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강 1에선 윤인섭 주독한국교육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제대로, 바르게 말하기>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참가자 소개는 강여규 재독한글학교장 협의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독일의 36개 학교 중 32개 학교가 참석해 소속된 학교장과 교사들은 <우리학교 새소식 알리기>를 하느라 시간이 모자라 시간제한을 두기도 했다.
27일은 김경자 강사(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장)의 학교운영1 <학교 운영의 실제>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특강 2의 <한국어 능력시험 대비를 위한 한글학교 수업방안 제시>는 허봉옥강사가 사정이 생겨 윤 교육원장이 대신 해주었다.
점심식사와 함께 3시간의 자유시간이 있어서 참가자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Biggesee 근처를 산보하거나, Atta 동굴을 방문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교수학습방법 개발이라는 워크숍이 유초등부는 한국어 교육을 위한 동화 구연(안미영 마인츠 무궁화 한글학교 교사), 성인반은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교육(윤선영 본 대학 한국어 번역학과 강사)
교육실습으로는 뮤지컬 제작 배우기(송은주 두이스부르크 한글학교 교사), 한국전통무예택견 (류연묵 베를린 한글학교 교사)등이 있었다.
한편 교장들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재독한글학교 교장협의회 총회가 열렸다. 사업보고와 재정보고 감사보고에서 현 임원진(강여규 협회장, 오애순 사무총장, 염혜숙 청소년부장, 유경애 감사, 박은순 감사)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냈으며 새로운 임원진을 뽑았다.
신임 재독한글학교 교장협의회 임원진은 회장 이명옥(뮌헨 한글학교장), 사무총장 최영주(자알란트 교장), 청소년부장 송은주(크레펠트 뮌헨글라드바흐 교장), 감사 2인은 최광섭(에센 교장), 정혜원(보훔 교장)이 봉사해 주기로 했다.
저녁 특강은 이재웅(imc, E/Lerning 소프트웨어 개발부)강사의 <홈페이지 운영 활성화를 위한 교육활동영상물 제작>에 대해 배웠다.
밤 9시부터는 임현욱(본 한글학교 교사) 교사의 사회로 레크레이션이 있었다.
팔씨름 대회를 해 여자부에선 이은경교사, 남자부에선 이재웅 강사가 상품을 받았다.
마지막날 아침은 각 분임대표의 분임 워크숍 결과 발표를 들었다.
한교운영2 김숙형(함부르크 한인학교장)의 <지역사회기관과 연계한 학교 행사 개최>를 영상물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한글학교 협의회 협의사항 발표는 한글학교에 10여 년 이상을 몸담아 오면서 재독한글학교장 협의회를 4년동안 열과 정성을 바쳐 활성화 시킨 강여규 전 협회장에게 재독한글학교장 일동이 주는 감사패 전달이 있었다.
평가 및 전달사항 발표에는 윤인섭 원장의 <한글학교 가족, 그 아름다운 관계>라는 주제로 지은 시 낭독을 들을 때 참가자들은 윤 원장님과 함께 한 4번의 교사세미나가 이번으로 마지막이구나 하는 걸 느끼고 헤어짐을 안타까워했다.
수료식을 마친 후 내년 3월 스위스 쥬리히에서 열리는 유럽 교사 세미나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재충전된 에너지를 쓰기 위해 떠났다.
우리는 왜 한글을? 글짓기 최우수상 박예지(프랑크푸르트 한글학교 고등 1학년)
6살 때부터 독일에서 산 나는 때로는 모국어인 한국어 단어보다 독일어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고, 한국어 글짓기를 할 때도 나도 모르게 독일어 번역투의 문장을 쓸 때가 많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독일에 오래 산 다른 친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독일어 말투를 그대로 번역해 어색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국제화 시대에 맞춰 많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날이 갈수록 조기 유학 열풍이 심해지고 있다. 한글날 기념 한글학교 글짓기 대회를 계기로 이 자리를 빌어 한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언어는 인식의 집’이라거나 ‘언어는 사상의 틀’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곤 한다. 이는 언어가 인간의 인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말들이다. 언어는 인간이 구체적인 사물이나 인간의 감정, 눈에 보이?않는 추상적 관념들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언어가 없다면 우리는 대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언어 없이 인간은 사고할 수 없으며,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인간의 삶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본어를 쓰도록 강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언어가 사람의 인식을 좌우하기 때문에 일본어를 하게 되면 한국인이 일본식 사고를 가진 일본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언어와 사고는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어서, 언어 없이 사고는 존재하지 않고, 사고 없이 언어 역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에게는 한국어와 한글이 그들의 정서와 인식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말을 하면서 한국식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그러나 내 주위에서는 한국인이면서도 독일어를 한국어보다 편하게 느끼고, 독일문화가 한국문화보다 더 익숙한 아이들이 있다. 이들의 외모는 완전한 한국사람이지만, 사고는 독일식으로 하는 것이다. 결국 이 아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혼동하게 된다. 그리고 본인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서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완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나이가 어려서는 그런 것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커갈수록 점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느 나라에 있든, 그리고 어느 나라말을 배우든 간에, 모국어인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한국학교에 벌써 10년째 다니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대한 애착이 깊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역시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토요일마다 한국학교에 나가는 것이 가끔은 정말 귀찮아도,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배우기 위해 토요일 아침마다 준비를 하고 한국학교에 나갔다. 어렸을 때는 늦잠을 잘 수 있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이 아침마다 억울하고, 금요일 밤마다 늦게까지 숙제를 해야 하는 것이 정말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어릴 때부터 꾸준히 조금씩 공부해 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곧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가기 위한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국학교에 와서 부족하지만 열심히 쌓아온 실력으로 한글에 대한 시조를 지어 보려 한다.
우수한 훈민정음 창제하신 세종대왕
한민족 문화창달 영원한 일등공신
그 분의 뜻 받들어 여기서도 한글공부
한글은 우리 자랑 세계 최고 우수문자
타향에 살다 보니 절실히 다가오네
우리도 독일에서 한글공부 밤새도록
언어는 인식의 집 우리의 사상의 틀
우리말 한글 사랑 한국인의 참된 모습
모국어 자유자재 길이길이 지켜가세
[최우수] 한글사랑 한국자랑 모신이(에어랑엔 뉘를베르크 한글학교 중등 1학년)
[최우수] 호랑이가 담배 피는 시절 이율리(보훔한글학교 초등 6학년)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 기자
mt199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