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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숙원사업 한글교재 개발한 윤인섭교육원장 귀임

by 유로저널 posted Aug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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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숙원사업 한글교재 개발한 윤인섭교육원장 귀임
여성 교육원장으로  재임 4년간 독일전국 120.000킬로 달려


감동을 주는 행정을 모토로 삼었던 윤인섭교육원장이 오는 11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다.  윤교육원장은 2004년8월 10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에 부임한 이래 독일전국에 산재해 있는 한글학교들을 방문하며 동포자녀의 민족교육과 외국인들의 한국어교육을 위해 거의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여성의 몸으로 그가 그동안 손수운전해서 달린 거리만도 12만 킬로미터. 항공기나 열차 등 장거리 교통편까지 계산한다면 출장거리는 이보다 훨씬 길어진다.

교과서 공급을 비롯해  각종 한글학교 관계자 회의 , 수업지도, 교사연수, 행사지원  등 한글학교지원사업이나 교육 관련 고유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명쾌하고 불편부당하지 않아 한글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 칭송이 자자했던 윤원장은 재임기간 동안 재독동포사회의 숙원사업이었던 한글교재발간을 3권씩이나 출판하는 업적을 이루었다.. 더 나아가 바쁜 공직생활에도 불구하고 교포들의 문화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격려하며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자상하고 자애로운 교육원장으로 기억된다.  

귀국을  일주일 앞둔 윤인섭교육원장을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적당한 위트와 함께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뛰어난 윤원장은 이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밝은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유로저널: 세월이 흘러 벌써 귀임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독일근무가 어땠습니까?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스러운 독일생활이었습니까?

윤교육원장: 네, 아주 만족스운 독일 근무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생활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로 독일을 비롯해 유럽 여러지역을 출장다녔지만 개인적인 여행은 별로 해 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공사 양면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었겠지요.

유로저널: 재임기간 중 가장 주력했던 사업은 무었이었습니까?

윤교육원장: 한국어 교재개발, 전자공문제도 도입 그리고 공개수업 실시, 이 세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먼저 교재개발은 아시다시피 유치부용 교재 1권과 성인용 한국어교재 1, 2권 등 모두 3권을 발간했습니다. 유치부 어린이를 위한 한글교재는 재외동포 한글교육사상 처음으로 현지에서 발간한 교재로서 발간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성인용 한국어교재도 독일 내 사설학원에서 한국어 교재로 채택하는 등 독일어권에서 꾸준히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재외동포재단에서 운영하는 스터디 코리언이라는 웹상의 한국어교실이 있는데, 여기에 우리가 만든 교재 「einfach koreanisch 1권」이 e-Book 으로 올라가 있어요. 전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세계 최초랍니다. 이 만큼 우리가 만든 책이 인기가 있어요 지금.

다음으로 전자공문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전자공문제도란 교육원과 한글학교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부 행정시스템 운용을 개선한 것을 말합니다. 종래의 우편을 통한 행정업무를 물자절약과 행정의 투명성 제고라는 차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공문수발제도로 바꿨습니다.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지요. 그러나 한글학교 관계자들이 차츰 컴퓨터 작업에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재외동포사회에서 독일이 가장 앞서가는 행정혁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같은 전자공문을 통해서 자유공모제도도 정착시킬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원에서 어떤 특정한 문화행사를 공모할 경우 각 한글학교들이 기획안을 작성해 인터넷 상에 올리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어느 학교의 기획이 우수한지 모두가 알 수 있고, 교육원에서도 이것을 근거로 지원금액을 책정할 수 있어서 불필요한 오해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글학교들은 이 제도를 통해서 서로 배우고 자극을 받아 선의의 경쟁을 함으로써  질적인 향상을 이룰 수 있었지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공개수업입니다. 제가 부임해서 전 독일의 36개 한글학교 중 30개 학교를 방문했는데 저는 그때마다 공개수업을 요구했습니다. 처음에는 해당학교들이 어려워 했지요. 공개수업 후 평가시간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공개수업에서 얻은 것이 있었습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수업현장을 직접 살펴봄으로써 결과적으로 학교를 신뢰하게 되었던 것이죠.


유로저널: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또는 잊지 못할 일은 무엇입니까?

윤교육원장: 독일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다 잊지 못하겠어요. 그 중에서 특히 감동받은 일이 한가지 있어요. 제가 어느 한글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 입니다. 공개수업을 참관한 후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어느 교실에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모두들 아이들이 싸웠나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울던 어린이를 데리고 오는 것이었어요.  왜 울었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이 아이가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수업 끝났다는 종을 치니까 그만 공부를 못한다는 생각에 울었다는 거예요. 이 얘기를 듣고 저는 정말 감동 받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한국어능력시험을 한글초급 1급과정부터 3급과정까지 세 차례 연속해서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한 독일 남자분이 기억나는군요. 한국인 부인의 도움을 받아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분이었어요.


유로저널: 열심히 일하셨지만 이루지 못했거나 성과가 미진한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윤교육원장: 네, 애만 쓰고 성과는 부진한 분야가 꼭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학교통합에 관한 것인데요. 이것은 정말 어렵더라구요. 딱 한군데 트리어 한글학교처럼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곳이 있기는 합니다만 대체로는 한글학교들이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더라도 이것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 교민들의 정서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재임기간 동안 세 지역에서 학교통합을 주선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완전 KO패 였죠. 통합을 하면 학생들에게 수업의 혜택이 더 많아지고 유익한데 안타까웠습니다.


유로저널: 그 동안 교육원이 추진해오던 사업 가운데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까?

윤교육원장: 네, 무엇보다도 교재발간 사업이죠.  이제 초급 완결편이 편찬됐으니 앞으로 중급, 고급편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교재개발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니까요.


유로저널: 재임 중 가장 힘들었던 일 또는 애로사항은 무엇이었습니까?

윤교육원장: 교육원장의 업무가 과중합니다. 한글학교의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관련업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본분관에 있던 교육관 자리가 폐지되면서  교육관이 해오던 업무까지 떠맡게 되었어요. 본래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 감당하려니까 힘들어요. 실제로 저는 30여년 공직생활에서 처음으로 독일에 부임해서 밤을 새워가며 보고서를 작성한 일도 있었어요. 낮에는 한글학교 일로 하루종일 업무를 봐야했거든요.


유로저널: 재독한글학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까?

윤교육원장: 네, 우선 재독한글학교들이 타지역의 한글학교를 이끌어 가는 선도자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모범적이고 열의가 많습니다. 또 교사들의 자질이 높습니다. 한글학교 교사 총 200명 중 30% 정도가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교장협의회의 역량과 열성, 역할은 대단합니다. 이런 점에서 독일한글학교가 유럽의 한글교육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반면에 재독한글학교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윤교육원장: 학생감소라고 봅니다. 앞으로 수 년간은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왜냐하면 현재 동포2세는 대부분 성인이 되어 한글학교를 떠나고 있고 3세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입학적령기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거든요. 이같은 과도기 상태가 향후 몇 년간은 더 지속되면서 현재 1650명 수준을 유지하거나 다소 감소되거나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저널: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글학교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윤교육원장: 무엇보다 독일인 성인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관심을 갖는 독일인들로 하여금 한국어를 습득케 해서 친한인사로 만들어 내는 일이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특히 한글학교는 단순히 한글교육을 넘어 한국문화의 중심지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도 많은 한글학교에서 서예반, 사물놀이반 등등 전통문화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바로 그런 점에서 이같은 문화수업이 중요한 것이죠.


유로저널: 감사합니다. 귀임하시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되시는지요?

윤교육원장: 아마 독일 부임 전에 있던 위치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교감을 하다 왔으니까 일단은 교감 발령을 받겠죠. 외국에서 교육원장으로 재직했던 기간은 인사고과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교육부 원칙이거든요 하하하.


재독한글학교 교장협의회(회장 이명옥)를 비롯해 지난 4년간 공사간 친분을 맺은 기관이나 지인들이 윤교육원장 귀국을 앞두고 앞다퉈 송별회를  마련했다. 윤원장과의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누는 한글학교 관계자들과 동포들은 한글교재 발간이라는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떠나는 윤교육원장의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의 앞길을 축복했다.  후임 교육원장은 교육부 연구사 노유경씨로 오는 11일에 부임한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지사장 김운경
woonk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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