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스터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항구도시로써 독일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부유한 도시중의 하나인 함부르크시의 시내에 있는 민속박물관에서 인디안, 티벳, 일본, 아프리카 등 세계 각 나라의 민속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매년 한 차례 '세계 민속시장' 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데 이번에는 11월 11일 부터 15일 까지 이 민속시장이 개최되었으며 우리나라는 이번에 처음으로 함부르크 독·한협회 (김옥화 회장) 주최로 한지 (명장 이종국)와 '조각보' 자수팀 (대표 함은영)이 행사에 참가하였다.
11월 11일 저녁 6시에 세계 민속시장 개막을 했는데 예상대로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70여개국의 나라에서 민속품들을 가져왔고 2만 여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원래는 한국의 전통음악과 무용 공연도 기획했었지만 아쉽게도 예산 부족으로 취소하였고, 한지와 수원의 규방공예 팀만 참석하게 되었다. 아래층에는 한지의 은은한 등과 부채, 작품들이 빛을 발했고 위층 무대옆에는 조각보 작품과 바느질 소품들이 화사하게 자리를 빛냈다.
행사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민속품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지만 유독 한지와 보자기(조각보)가 눈에 뛰었는데 내가 한국사람이어서 그랬을까? 그런데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참가자들이나 관람객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였다.
다른 민속품과 대조적으로 아주 투명하고 은은한 한지 작품을 보며 사람들은 한지 부스에 오면 눈이 쉴 수 있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이종국 선생이 앉아서 한지 등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한지 제작과정을 담은 동영상과 그들의 책 <선우야, 바람보러 가자>에서 시골의 집과 정경을 재미있게 들여다 보기도 했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서 서로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느낌을 주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에 남는 이는 '라다 보헬러' 할머니다. 음악을 하신다는 그분은 날마다 한지 부스에 오셔서 작품을 보고 또 보시며 그렇게 행복해 하더니 마지막 날엔 쌈지돈을 풀어 작은 작품 한점을 가슴에 품으며 내년에 또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2층의 화사하지만 튀지 않고, 스며드는 은은함과 기품이 있는 조각보 작품 앞에서도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세 명 (이혜진, 장은정, 함은영씨)의 바느질 작가들이 틈틈이 부스에 앉아 바느질하는 모습은 참으로 고왔다. 예전에 우리 어머님들이 고요히 앉아 바느질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이리라. 그런 모습을 이곳에서 볼 수 있으니 마음이 짠 했다. 외국사람들도 그들에게 함께 사진을 청하거나 옷감을 만져보기도 했고 어떤 관람객은 결혼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한다.
예술인들은 꼬박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행사장에 있어야 했는데 독·한협회 회원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모두들 한국의 문화를 이곳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열정으로 일심히 움직였다. 베를린에서도 노태강 문화원장이 세시간이 넘도록 차를 달려 와서 작가들을 격려하여 주었으며 주 함부르크 총영사관에서도 영사들이 찾아와 격려해 주었다.
함부르크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정착하여 살고 있음에도 한국 문화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도 작가들, 독·한협회 회원들 모두가 한국문화를 알리느라 모든 열정을 올렸다.
박물관측에서도 한국에게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해주었으며 특별히 우리나라만 한국 전통수공예에 대한 강의회와 워크숍을 하여 우리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워크숍이 끝나고 질문을 받았을 때는 질문이 끊이지 않아서 시간 관계상 질문을 중단해야했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고, 다음날엔 함부르크의 유명 일간지에 이종국 선생의 사진이 크게 실리기도 했다.
11월 15일 일요일 저녁에는 5일간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한국관에서 만찬을 가졌다. 모든 작가들, 박물관 행사담당인 웨스터만씨의 가족과 독·한 협회 회원 가족들은 한국 음식을 나누며 이번 행사의 성과를 자축했다.
행사담당을 했던 웨스터만씨는 이번 축제에서 우리 한국의 두 부스가 가장 빛났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졌노라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한국에서 온 작가들도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배웠는데, 이종국선생은 한지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확신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아마도 산골에서의 오랜 시간들, 자신의 고유성을 찾아온 시간들이 더 넓은 세상과 만나게 했을 것이다.
또한 작가들은 한결같이 먼 여정을 통해서 온 독일의 땅에서도 한국의 가족과 함께 있는 듯한 따뜻한 느낌을 갖게 해주고 자원봉사를 해준 이곳의 한국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독일 홍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