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 한글학교 전통악기 체험 행사-멋진 아리랑 합주
지난 12월 12일 오후 도르트문트 한글학교에서는 “전통악기 체험 행사“가 있었다.
김남숙 한글학교장은 이 행사의 목적을 ‘현재 한국어를 한글학교에서 학습하고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악기들을 직접 한번 배워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부여하고, 또한 여러 사람들과 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통해 생소한 한국의 장단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해 보게 하는데 있다’고 했다.
첫 시간은 학생 및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우리의 현악기인 „가야금의 줄 이름과 뜯고 튕기는 주법 배우기“ 였었는데 의외로 10세 미만인 초등학생들의 관심도가 아주 높았다.
피아노나 기타와 같이 다양한 화음을 많이 쓰는 악기에 비해 선율 위주의 가야금은 지극히 단조로워 보이는 까닭에 사춘기 연령의 학생들에게는 거의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가야금 곡집에 수록된 민요 연습곡들이 현란하고도 빠른 현대의 대중음악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취향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들이고보니 청아하고도 그윽한 소리를 지닌 옛 악기의 깊은 맛을 단시간에 일깨우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해 몇 몇 초등반 학생들은 꼭 가야금을 배워보고 싶다면서 한 시간 내내 줄을 뜯어 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독일 학교의 친구까지 데리고 와서 함께 시도해 보는 열의를 보였으며, 특히 일곱살된 이 솔은 마치 가야금의 신동인양 의젓하게 앉아서 그 여리고도 작은 손으로 농현까지 해가면서 줄을 뜯는 모습이 너무도 귀엽고 대견스러워 보는이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둘째 시간은 “사물놀이 가락을 응용한 세마치 장단 배우기" 였다.
이러한 방법을 택한 이유로는, 일반적인 반주장단은 그 음악의 흐름을 타면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음악의 이해가 선행 되어야 한다. 따라서 참여자들이 다양한 연령층을 이루고 있고 또 전통음악을 접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한.독 가정과 독일인 학생인 점을 고려해 볼 때, 간단한 기본장단만을 활용할 경우 자칫 빨리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염려에서 영남농악 가락을 응용하게 되었다는 김남숙 교사의 설명이다.
이 시간에는 성인/한독반 학생들의 참여가 많았었는데, 먼저 우리 리듬의 길고 짧음을 표시하는 악보인 정간보의 구조에 대한 설명과 장구, 북, 꽹과리의 타법 그리고 구음 및 부호에 대한 설명이 있은 후 가장 치기 쉬운 설장고 휘모리 가락을 연습해 보았다.
정간보는 분명 훌륭한 우리의 전통적인 악보체계이다. 그로인해 우리의 타악기를 비록 처음으로 배워 보는이라도 쉽게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대부분이 별 어려움 없이 장구 장단을 칠 수 있었고 또 이색적인 리듬이 주는 활기찬 기운에 매우 흥미로워했다. 거기에 초등반 학생들이 꽹과리를 맡고, 중등반 학생들이 징과 북으로 합세하여 신명이 더해지는 시간이었다.
셋째 시간은 지금까지 시험해 본 모든 악기들을 동원하여 우리의 민요 “아리랑“을 합주해 보는 시간이었는데, 마치 새로이 형성된 국악팀이 초연을 준비하듯이 모든 참여자들이 진지한 자세로 각자가 맡은 악기의 가락과 장단 연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이러한 체험 행사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으며, 또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아리랑 음악은 듣는 우리 모두에게 무척 아름다운 감동을 주었다.
김남숙 교장의 설명에 의하면 도르트문트 한글학교에는 주독교육원의 전통문화반 지원금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사물악기 외에도 두 대의 가야금이 더 있다.
이 가야금은 1998년도에 그 당시 학부모이셨던 김해영 님께서 교육용으로 한글학교에 기증해 주신 것인데, 그 덕분에 도르트문트 한글학교는 아마도 독일 전역에서 유일하게 가야금 특별활동반을 운영하고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이번과 같은 경험이 계기가 되어 우리의 전통음악이 지닌 멋과 맛을 한 사람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는 틀림없이 유익하고도 보람 있는 일이었다며 이 기회를 빌어 김해영님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리고 아울러 이 행사를 지원해 주신 노유경 주독한국교육원장님께도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자료 제공 김남숙 국악반 담당)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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