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30분에 음악회가 시작하는데 7시부터 홀에 벌써 손님들이 들어오며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매년 12월 25일 성탄절에 열리는 겨자씨 성탄음악회. 청중의 대부분이 독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인 Westerwald 에 위치한 Rehe 에서 열리는 이 성탄음악회의 연주자들은 독일에서 자라고 있는 30여 명의 한국인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이다. 1998년 재독한인 2세들로 구성되어 시작된 겨자씨음악회는 지난 2005년에는 독일에서의 „한국의 해“ 를 기념하여 Bonn 의 베토벤홀에서 1200여 명의 청중들 앞에서 자선음악회를 가졌고, 2007년에는 아프리카 학교설립 위한 자선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굵직굵직한 음악회를 열며 독일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문화홍보대사의 역할을 감당해왔다. 5년 전부터 매년 성탄절에 Rehe 기독교휴양관에서 음악회를 열고 있다. 손자나 손녀뻘같은 학생들이 연주하는 이 음악회에 독일 청중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한다. 음악이라는 매체와 만민의 구주 탄생의 성탄이라는 매체로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가족같은 유대감을 맺어가는 이번 겨자씨 성탄음악회에 약 200명의 독일 청중들이 참석하였다.
올해 오케스트라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으로 1부 프로그램은 <호두까기인형>에 나오는 곡들을 관악기와 피아노 2중주, 발레 등으로 다양하게 연주하였다. 박스테판군의 지휘로 <호두까기인형>의 „작은 서곡“ (Ouverture miniature)을 25명의 관현악단이 연주한 후에 호른과 트럼펫,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 4중주로 „행진곡“ 을 들었다. 클라리넷, 플륫, 오보에, 바순 등 관악기 연주자 다섯 명이 „별사탕 요정의 춤“을 연주하였고 „중국의 춤"과 "러시아 춤 트레파크“곡은 피아노 2중주로 경쾌하게 연주되었다. 이 후 „갈대피리의 춤“ 곡에 맞추어 발레복을 입은 세 명의 여학생들이 발레를 선보였다. 그동안 오케스트라와 성탄캐롤 중창, 합창 등으로 음악회를 가졌는데 발레공연은 올해 처음 시도한 프로그램이다. 발레 후에 오케스트라의 <꽃의 왈츠> 연주로 1부 순서를 마쳤다.
2부 순서에서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을 연주한 현악 4중주가 많은 박수를 받은 후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등 가지각색의 작은 종처럼 생긴 핸드벨을 각기 양손에 든 여섯 명의 김나지움 학생들이 „징글벨“ 을 비롯한 캐롤송을 경쾌하게 연주할 때에는 청중들이 함께 발로 장단을 맞추며 흥을 돋구었다. 음악회 시작하기 전에 만난 Helga 라고 하는 독일 중년여성은 삼 년째 매년 성탄절에 겨자씨 성탄음악회에 참석한다고 하며 "그동안 음악회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다 좋았지만 처음 들어보았던 핸드벨 연주가 참 좋았다.“ 고 말하며 그 날 저녁의 음악회에도 물론 참석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쾰른대학교 재학중인 박은지, 박마리아양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의 „오, 거룩한 밤“ 2중창은 „브라보“ 를 받으며 많은 박수를 받았고, 대학생들로 구성된 합창팀들의 „Joy to the World“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합창은 듣는 이들에게 성탄의 기쁨을 듬뿍 안겨주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Wolfgang 이라고 이름을 밝힌 한 독일 할아버지에게 음악회가 어땠는지 물었더니 „Sehr schoen„ (아주 좋았다) 이라고 말하며 „어릴 때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개발하는 모습이 참 좋다. 연주자들 중에는 한 악기만이 아니라 여러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학생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로 말하였다. 실제로 첼로 2중주를 조은혜양과 함께 연주하였던 장요한네스군은 피아노 2중주도 멋지게 연주한 다재다능한 의대생이다. 유페터군은 바이올린으로 오케스트라연주를 하였고, 금관 4중주 연주에서 트럼펫으로 성탄캐롤을 메들리로 흥겹게 연주하였다. 박은지양도 바이올린과 피아노 2중주로 청중들에게 성탄의 기쁨을 선사하였다.
어린 초등학생들로부터 김나지움 학생, 대학생들이 오케스트라 연주와 이중창, 첼로 2중주, 현악 4중주, 관악 4중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쁨을 나누어준 겨자씨 성탄음악회는 이제 Rehe 기독교휴양관의 성탄절 전통이 되었고 한국과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독일과 독일인들에게 전하는 만남과 교류의 광장이 되고 있다.
(독일 유로저널)
유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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