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독일 전통행사로 자리잡은 마인츠 새해맞이 설잔치
동포들 눈길 조심스러워 예년보다 참석자 줄었으나 경품 당첨 확률은 높아져
지난 토요일(9일) 저녁 6시 마인츠 신년잔치가 열리는 툉게스홀(Toengeshalle), 개회시간이 임박했지만 행사장은 아직 빈자리가 많았다.
전날 독일 일부 지역에 폭설이 내린 것을 비롯해 곳곳에 많은 눈이 내려 교통사고와 정체로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데다가 기온 또한 영하 4-5도에 이르는 한파까지 몰아닥쳐 길이 얼어붙을 것을 우려한 많은 동포들이 출타를 꺼린 탓이었다.
이날 행사는 도로사정을 고려해 예정시간보다 다소 늦은 6시30분경 시작됐으나 프로그램은 빠짐없이 모두 원래대로 진행됐다. 주최측이 가장 걱정한 것은 이미 준비해놓은 500명분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염려와 달리 200 여명의 참석자들은 푸짐한 식탁을 차리고 그 어느때보다 맛깔나고 정성이 가득담긴 산해진미를 행사가 끝나도록 즐길 수 있었다.
마인츠 신년맞이 잔치는 남부지역 동포사회의 대표적인 행사로 이미 굳어진 터라 지역내 동포들 뿐만아니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도 상당수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개회사에 나선 조창희 마인츠한인회장은 추운 날씨와 눈길 마다않고 원근각처에서 찾아온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마인츠에 정착한 한인들의 60년 역사를 강조한 뒤 2009년 마인츠 한인회 주요 업적을 소개했다. 항상 짧은 연설로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아 온 조회장은 이날도 참석자 모두를 향해 평안과 건강이 함께하고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덕담과 함께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즐겁고 유쾌한 마인츠 신년잔치가 되기를 바란다는 간단한 인사말로 끝을 맺었다.
이어서 축사를 하기 위해 수 백 킬로 떨어진 하노버에서 달려온 이근태 재독한인총연합회장은 2010년 새해를 맞아 재독교민 가정마다 만복이 깃들고 모든 일이 성취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한 뒤, 지난 1년간 마인츠한인회의 활동과 협조에 감사하고 더욱 큰 발전을 기원했다. 이회장은 지난 12월 19일 재독교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한인문화회관의 개관 소식을 전하면서 그러나 아직 갚아야 할 빚이 20만 유로 이상이나 돼 이것을 해결하는데 재독 교민들 모두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10유로만 기증해도 만 명이면 10만 유로가 된다며 기업이나 정부 등에 의지하지 말로 우리들 스스로 모아서 우리집을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혔다. 그는 특히 개인이나 단체를 향해 그들이 세우는 계획이 사사로운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한 것이라면 이같은 행위는 결국 다른 사람들과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것이므로 이것은 재독한인사회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한인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경계하고 단합을 강조했다.
또한 작년 6월에 부임한 후 올해 처음 이 행사에 참석한 본분관 안창훈영사는 서양 금속활자 발명자인 구텐베르크의 고향이자 라인강과 마인강이 합류하는 도시이고 독일 3대 성당 중에 하나를 보유하고 있는 유서깊은 도시 마인츠시의 동포들이 마련한 새해잔치에 초대받은 데에 감사를 표한 후 60년만에 찾아온 백호의 해를 맞아 마인츠 동포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안영사는 이어서 올해는 마인츠 한인회가 창립된 지 40년주년이 되는 해인 동시에 조창희회장 취임 1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면서 조회장의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안영사는 마인츠 한인들이 한국의 직지와 한글소개, 한인합창단 등의 활동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독일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 온 점을 언급하면서 "여러분들이 소프트 외교의 첨병, 바로 민간외교관들"이라며 추켜세웠다. 또 그는 올해는 또 G20 정상회의를 서울에 유치하고 역사상 최초로 원전사업을 추진하는 등 국운 상승의 기회도 맞이하고 있다고 참석자들을 고무시기키면서 이같은 국운 상승의 기회를 실현시키기 위해 정부는 금년 화두를 "일로영일"로 정했다고 말했다. 안서기관은 끝으로 그러나 오늘날의 조국의 위상은 바로 과거에 국가가 어려웠을 때 외국에서 젊음을 바친 여러분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치사를 더붙혔다.
이어진 순서는 감사패, 공로장 수여식. 감사패는 마인츠 동포사회와 마인츠한인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마인츠한인회가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세계일보 유럽본부장 윤남수, 전 마인츠한인회장 김효성, 마인츠한인회 임원 최숙녀와 전태순씨에게 각각 수여됐다. 공로장은 한국의 전통예술의 소중한 가치를 독일사회와 마인츠한인사회에 알려 온 공로를 인정해 박계순씨에게 수여했다. 이 외에도 교민 축구에 애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교민 축구 발전에 기여한 마인츠 중앙교회 전용근목사에게도 감사장이 수여됐다.
저녁식사 후 2부 순서는 문화행사로 꾸며졌다. 마인츠 한글학교 학생들(지도교사 이은경)이 출연해 선녀춤, 화관무(Sophi), 부채춤(이소라), 북연주 등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사람들의 가슴 속을 울리는 듯한 세 여학생들의 북소리는 중간중간 박수갈채를 받을 만큼 감동을 안겨주었다. 또 학생들은 마인츠에서 가장 고령인 할머니를 무대로 모셔와 만수무강을 빌며 세배를 올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답례로 학생들 손에 일일이 세배돈을 쥐어 주었다. 이어서 이들 학생들은 객석의 어른들을 향해서도 공손히 세배했으며 관객으로부터 감사의 박수를 받았다.
두번째 그룹은 마인츠 여성합창단(지휘 이승기, 피아노 선조진). 일기 때문에 다수의 단원이 참석하지 못했으나 단원들은 최선의 기량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연주한 곡목은 그룹 아바가 불러 크게 히트한 '맘마미아', '댄싱 퀸', '아이 해브 어 드림' 등 3 곡이었다. 그리고 최석길의 독창 순서. '기다리는 마음'(김민부작사, 장일남 작곡), '청산에 살리라'(김연준작사, 작곡), '대관령'(신봉승작사, 박경규작곡) 등 우리 가곡이 전문성악가에 의해 홀 안에울려퍼지자 장내가 일순 숨이라도 죽인듯 조용해지면서 관객들은 한국가곡의 그 깊은 심연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늘 해 온 것처럼 경품 추첨을 곁들인 여흥시간이었다. 주로 노래자랑과 춤으로 이루어진 여흥시간은 간간히 디스코 파티도 삽입돼 그야말로 흥겨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러면 객석에 있던 동포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한사람, 두 사람 홀 앞으로 나와 구성진 노래 가락에 맞춰 평소에 갈고 닦은 춤솜씨를 뽐낸다. 남여노소, 국적도 가릴 것 없는 세계인의 춤, 디스코 타임이 시작되면 실내등은 꺼지고 환상적인 조명이 가세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되는대로 흔들어대는 막춤을 추는 사람이나 세련된 춤사위를 자랑하는 사람이나 서로 영켜 방방뜨는 사람들 틈 속에 가뿐 숨을 내쉬며 열심히 동참하는 70 노인들도 보인다. 모두 거리낌없이 마음껏 새해 잔치를 즐겼다.
이날 경품으로 나온 물품들은 30 여개 업체와 단체 또는 개인이 기증한 100 여개에 달했다. 참석자가 200 여명이므로 확률상으로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복권에 당첨될 수 있을 만큼 높았다. 1등은 한국왕복 항공권 1개. 새벽 0시30분, 조창희회장이 양복 저고리를 벗고 셔츠 소매까지 걷어 붙이고 복권항아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사회자 정원덕씨가 소리 높이 외친 당첨번호 주인은 마인츠의 전태순씨. 비행기 표를 받아든 전씨를 향해 주변 사람들의 축하인사가 쏟아졌다.
참고: 일로영일(一勞永逸)은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화두로 선택한 사자성어로 "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이다. 중국 북위의 학자 가사협의 저서 제민요술과 중국 역사서 명사(明史) 증예전에 나오는 말인데 청와대는 이 대통령 재임 중 각고의 헌신을 다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다음 정부와 세대에 선진 일류국가를 물려주사는 각오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난 해 29일 선정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 신년화두는 정범진 전 성균관대 총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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