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울,우리를 위한 서울
'1등' 싫어할 사람이 있겠냐마는 좀 안했으면 하는 1등도 있다. 최근 한 언론 보도를 참조해 보면 한국의 물가 지수가 선진국 중에서는 파리, 런던과 비등하고, 개도국 사이에서는 최고라고 조사되었다고 한다.
특히 유가는 런던과 더불어 세계 최고란다.
한 마디로 버는 건 개도국인데 체감 물가는 선진국 이상을 달린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머니투데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행복지수는 무려 57.7점으로 실업률 3%의 영국 '슬라우'의 60점에 채 미달되었다고 한다.
'행복'이라고 하는 추상적 가치를 특정한 수치로 재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관점은 어쨌든 단지 경제적인 것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아무리 물가가 하늘을 찌르고 취업률이 바닥을 긴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장점들이 뒷받침된다면 그 사회는 나름대로 '행복한 사회'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서울은 이런 경제적 각박함을 무엇으로 달래고 있을까? 다음 몇 가지 예는 현재의 서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미당 서정주의 고택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졸속행정으로 4년 넘게 흉물로 방치돼 있다. 미당은 1970년부터 2000년 12월 사망할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지금은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됐고, 초등학생들은 이 집을 지나기가 무섭다고 아우성이다.
서울시에서는 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7억원의 보존 비용 마련을 거부했다.
물론 친일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전북 고창의 미당 생가가 잘 꾸며져 있기는 하지만 당장 올해 1700억원의 비용을 서울 관광 홍보에 쓰겠다는 오세훈 서울 시장의 말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반대로 동대문 운동장의 철거와 월드디자인 프라자의 설치는 마치 전 서울 시장의 밀어붙히기 행정 뺨치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코드'를 도입했지만 그것은 이전의 '문화'를 지우고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는 논리이다.
이렇게 과거의 것을 철저히 거부하고 오로지 새로운 것만 찾는 행태는 마치 20세기 초 급격한 근대화의 물결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이었을 시절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청계천 사업 역시 '생태환경 조성'이나 '전통의 복원' 같은 모습이 아니라, 대규토 토목사업을 통한 일종의 '조경사업'에 지나지 않았던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렇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 터를 잡고 살고 있던 사람들의 진짜 생활 그 자체의 '문화'는 학살되어 버리고 만다는 데 있다.
청계천 노점상들의 삶 자체가 무너졌고, 동대문과 세운상가의 상인들은 변변한 대책도 없이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의사소통'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고 이는 바로 민주주의적 가치를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의 '문화의 전문가'가 아니라 '행정의 전문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차기 정부가 말하는 '효율적 행정'의 가장 극단적인 폐단이다.
오늘 아침에 인터넷에선 오세훈 서울 시장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하화 해서 싱가포르처럼 강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그 기사를 보면서 새롭게 바뀔 한강변의 모습보다, 자전거와 사람들이 한가롭게 거닐며 노점에서 맥주 한 캔으로 목을 축이는 낭만마저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먼저 걱정하는 것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