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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대학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교육열과 이에 부합하는 고학력 사회를 자랑(?)하고 있다. ‘대학생’, ‘대졸자’라는 신분(?) 만으로도 상당한 대우를 받고, 기회와 혜택을 제공받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지름길로 여겨지던 시절을 살았던 이전 세대들에게는 격세지감이겠지만, 실제 요즘 널린 게 대학생이고, 흔한 게 대학원생이며, 박사, 해외 유학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에 따라, 너도 나도 들어가는 대학인 만큼, 그 와중에 좀 더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이전보다 치열해졌고, 그로 인한 사교육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며, 고학력자의 과잉으로 인해 취업문 역시 하루가 다르게 좁아지고 있다. 분명 과거에 비해 풍요로워진 듯 하고, 진보된 것 같건만 사람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고단하다고 한다.

지난 주 금요일 약5000여 명의 학생, 학부모,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대학등록금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시위에 참여한 참여연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국 교수노동조합,  전국 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 등 전국 54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등록금 문제 완전 해결과 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 대행진' 행사를 통해 등록금 폭등을 저지하고, 현행 등록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범국민적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데 드는 비용이 인상되어 안 그래도 힘든데, 이제는 거의 필수처럼 여겨지는 대학 교육을 안 시킬 수도 없는 마당에, 서민들이 부담하기 힘든 규모의 대학 등록금, 그리고 고리대금업에 가까운 학자금 대출 이자는 너무하지 않냐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명문대학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사학재단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하면서, 정작 그들을 위해 근무하는 시간강사는 자신의 초라한 근무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부조리도 국민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난리법석의 주인공인 대학이, 대학 졸업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아주 기본적인 자격 요건을 제공할 뿐,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어떤 실질적인 도움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서글픈 사실은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닌 바, 이 즈음에서는 대학등록금의 인상을 반대하는 투쟁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자.

이전보다 대학 등록금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한 학기에 오백 만 원 가까운 대학등록금은 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지출했을 사교육비에 비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닐지도 모른다. 대학등록금 인상률과 비슷한, 심지어 때로는 더한 속도로 인상되어온 학원비, 과외비를 놓고 이 같은 투쟁을 벌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 통상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사교육은 학생 한 명 당 한 달에 적어도 50~100만원은 기본적으로 소요될 것이다. 대학 등록금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닌, 어쩌면 대학 등록금보다 더한 액수를 대학에 가기 위해 지출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큰 지출을 감내하면서도, 투쟁 한 번 안하고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에 가기 위한, 더 솔직히는 ‘대졸자’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대학이 진정 학문의 깊이를 추구한다던가, 아니면 취업 하는데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지 않는가?

결국 대다수가 갖고 있는 ‘대졸자’라는 기본적인 자격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상된 대학등록금 못지 않게 비합리적인 사교육비를 자진해서 지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막대한 금액을 지출하고 나서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졸업 후 ‘대졸자’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 외에는 아무런 목적이나 기대되는 혜택이 없는 대학을 위해 그만한 돈을 지출하는 것은 아까운, 더 없이 비합리적인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단지 인상된 대학등록금을 사회 모든 계층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인하시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 ‘대학’이라는 존재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영향,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무엇보다 실제 대학이 제공하고 있는 수준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면서 접근해야 하는 차원일 것이다.

대학등록금 인상과 학자금 대출로 인한 졸업생들의 빚 부담은 이곳 영국에서도 똑같이 발생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영국에서의 대학등록금 문제는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다른 본질을 갖고 있다. 다름 아닌 사회에서, 국가에서 ‘대학’이 의미하는 그것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를 면밀히 검토해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대학’이 의미하는 그것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대학의 문제이든, 일반인들의 문제이든, 사회, 국가의 문제이든,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의 복합적인 문제이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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