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을 꼽자면 아마 '대운하'가 아닌 듯 싶다. 당선자 공약으로 내세울만큼 현 정권은 이 프로젝트에 무척 애착이 갔나보다. 많은 국민들이 '절대 반대'를 외칠 때도 국민들 몰래 대운하 프로젝트팀을 가동했다. 그때 명칭이 바로 '4대강 프로젝트'이다. 김이태 수석연구원의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 건설’이라는 내용의 양심선언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미 이 끔찍한 환경재난은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나갔을 지도 모른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반대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대운하 포기선언을 하고 만다.
그리고 한참의 경제위기로 국민들이 정신없을 무렵, 다시 이 정부는 내년 경기 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4대강 유역 정비 사업'에 향후 3년 간 14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국토해양부는 대운하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 사업은 단순히 홍수 예방과 하천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물류수송이 목적인 대운하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그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은 어디까지나 이상기후에 따른 홍수·가뭄 등에 대해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뉴딜사업’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목조목 뜯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홍수피해를 줄이겠다는 사업 취지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지난 30년 동안 가장 홍수피해가 심했던 곳은 강원도였으며, 홍수의 발생원인은 4대강 범람이 아니라 지방 군소하천의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비가 필요한 국가 하천은 이미 정비가 마무리 된 상태이고 남은 곳은 지자체 관할의 지방하천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낙동강 유역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6조 7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사업의 목표와 한참 어긋난다.
또 이렇게 낙동강 유역에 어마어마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 자체가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대운하의 핵심은 낙동강과 한강의 물길을 잇는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의 세부 내역 중에서 하도(물길) 정비는 사실상 대운하 사업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다. 그리고 이 사업에만 전체 14조 중에 2조 6000억 원이 투입된다. 여차하면 4대강 정비 사업에서 곧바로 대운하 사업으로 연계가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이런 물길 정비 사업은 종전 국가하천 정비사업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업이 과연 제대로 된 경기 부양책으로 작용할 것인가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 사업으로 19만 개의 일자리와 23조원의 생산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생기는 일자리라는 것은 단순 일용직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듯 내국민의 고용창출로 이어지기 보다는 외국인 근로자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3조원의 생산효과라는 것도 사실 엄밀히 사업의 내용과 결과를 평가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제효과에 단순대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에서 세부 사업 내역조차 아직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일단 '저지르고' 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해체되었다던 대운하 프로젝트 팀이 사실 국토해양부 산하에서 여전히 이름만 바꾼채 구성원 그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국토해양부도 그 팀의 존재를 모른체 직접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하고, 청와대는 그런 보고를 받은 적조차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게다가 양심선언 7개월이 지나서야 김이태 연구원 한 명을 대상으로 보름간 감사를 벌였다고 한다. 일종의 보복성 감사인 셈이다. 이렇듯 이 정부는 국민의 불신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참인 모양이다.
'녹색성장'을 강조하던 정부는 올해 환경부 공무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는 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4대강 정비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고 했다. 당선 직후 전 재산을 기부한다던 말은 말 그대로 먹어버린(食言) 것일까? 시장에 가서 배추 500포기 사주고 20년 동안 아껴왔다던 목도리 얹어주며 부등켜 안고 운다고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내내 대운하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아 다닌다는 사실은 어쩌면 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말이 많아서 탈이었다면, 이 정부는 혹시 너무 거짓말만 많이 해서 문제가 된 정권으로 남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