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제권들이‘통화 전쟁’에 뛰어들면서,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위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구촌의 주요 경제 블록들이 무역대금을 결제할 때 달러화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거나 주변국들과 함께 새로운 통화를 만들어 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중앙일보가 27일 보도했다.
이와같이 최근 세계 경제권들이 역내 통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달러화 의존 탈피때문이다.
또한,무역거래 때 달러화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율 차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이웃 나라와의 통상 규모를 확대하기위해서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 금융질서가 흔들리면서 달러화의 신용도가 크게 떨어진 것도 역내 단일 통화 창설을 부추기고 있다.
또 다자간 무역협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변 국가들과의 경제통합에서 실익을 찾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는 기존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권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지역 경제권들이 ‘자유무역지대→관세동맹→공동시장→경제·통화동맹→완전경제통합’의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성공으로 회원국들의 경제적·정치적 지위가 향상된 것도 경제통합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중앙은행 출범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정상회의(23~24일)를 열고 무역 결제 때 회원국들의 통화 사용을 확대하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유사한 남미은행을 내년에 정식 출범키로 합의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달러대신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무역대금 중 일부를 자국 통화로 결제하고 있다. 파라과이와 우루과이도 내년 말부터 자국 통화를 무역결제에 사용키로 했으며 칠레와 콜롬비아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동산유국들,'중동판 유로화 만든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 중동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6월 초‘중동판 유로화’를 만드는 ‘통화동맹’ 창설에 합의,2010년까지 단일 통화를 만들어 유통시킬 계획이다.
GCC 회원국들의 석유 생산량이 전 세계 총생산의 45%에 달하는 만큼 역내 단일 통화가 생길 경우 달러화의 지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GCC는 1981년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협력 강화를 위해 창설했다. 역내 관세 장벽 철폐, 여행 제한 해제에 이어 지난해 공동시장을 출범시켰다.
중국중심, 위안화 사용 시작
중국을 주축으로 한 중화권도 이달 초 상거래에서 달러화 대신 위안화 사용을 시작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위안화 결제를 허용한 홍콩과 인도네시아 업체들과 위안화로 수출입 계약이 체결됐고, 중국과 홍콩 은행 간에도 무역 대금의 위안화 거래가 시작됐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달러화 의존에서 탈피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지난달 한·중·일 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완료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주축이 돼 아시아 공동통화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지역에서도 역내 통화 창설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이달 6일 르완다와 부룬디가 동아프리카공동체(EAC) 관세동맹에 가입하면서 역내 단일통화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