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지난 11월9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옥스포드 스트리트의 2006년 크리스마스 조명 점등식을 시작으로 런던을 비롯한 영국 전체 중심지와 대형 쇼핑몰 등은 화려한 변신을 시작했고 성급한 상점에선 벌써부터 캐럴이 넘쳐 흐르고 있다.


런던 남서부 이셔 지역의 한 초등학교 '이셔 햄퍼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빈 상자에 차곡차곡 물건들을 챙겨 넣는다. 아이들은 선물의 크기를 정하기 위해 시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발상자를 이용, 각자 집에서 사용하다가 불필요해진 장난감이나 인형 또는 학용품 등 이른바 나누고 싶은 물건들을 차곡 차곡 신발상자에 담는다


일명 ‘shoe box'(신발 상자 ) 만들기 행사로 불리기도 하는 이 행사는 자기가 쓰던 물건이나 나누고 싶은 선물을 신발 상자에 가득 담아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이른바 '사마리탄' 프로젝트이다. 이 행사는 영국에서는 1990년 처음 시작,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했지만 점차 규모와 참여하는 사람들이 확대돼 지금은 영국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기부행사의 하나로 자리 잡았고 유사한 활동을 하는 미국의 단체와 연계해 국제적인 구호활동을 하는 이 단체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이행사에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참가와 지원이 절대적이다. 학부모 재클린씨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자기들이 좋아했던 펭귄 인형, 책 등을 나눠주는 것을 아이들이 기쁘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상자에 넣을 카드도 직접 만들어 보낸다 멀리서 누가 될지도 모르는 친구를 위한 따뜻한 마음도 카드에 담고 있는데 이 행사에는 영국 대부분의 학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셔 햄퍼 초등학교 엘리자베스 교장은 "100% 모든 학생들이 참여한다. 교직원들도 사명감을 갖고 동참한다."며 쌓여있는 선물 상자를 바라보고 모두들 마냥 뿌듯한 표정을 보였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상자들은 각 지역별로 지정한 곳에 모아진다. 지역 집결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이 정성껏 담아 보낸 신발상자 속의 선물들을 일일이 확인한 후, 받을 어린이의 성별, 연령대 그리고 지역에 따라 포장에 표시를 하고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세심한 정성으로 더운 나라에 두꺼운 장갑이 가는 일이 없으며 각 연령과 성별에 맞는 최적의 선물상자가 꾸려지게 된다. 자원 봉사자 바비(57세)는“딸들을 통해서 참여하게 돼 3년 째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해요.”하며 환하게 웃었다.

사마리탄 퍼스의 크리스마스 프로젝트는 1990년, 트럭 한 대 분량의 선물상자로 시작되어 해마다 활동이 확대되면서 2005년에는 약 180만 개에 달하는 선물 상자를 100여개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전달되었다. 사마리탄 런던 지역 책임자인 고든씨는“신발상자인 이유는 아이들이 손쉽게 선물 상자를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며 크기를 통일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작년 한해에만 4천개 교회와 8천개 학교가 동참했고 5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180만개의 선물상자가 아프리카,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동남아시아 등 13개 나라 어린이들에게 전달되었고, 올해도 런던지역에서만 하루평균 2천개의 선물상자가 수거되고 있을 정도로 참여가 활발하다.

주로 학교나 교회, 지역 커뮤니티 등의 단위로 참여를 하는데 참여를 원하는 곳에서 참가신청을 하고 선물상자를 만들어 모아놓으면 단체에서 차를 보내 수거해 가고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증명서를 나눠준다. 이렇게 수거된 선물상자는 단체 창고에서 지역 어린이들의 사정과 필요에 맞는 물품들을 선별, 재포장하고 국가별, 지역별로 분류해 발송을 하게 된다.

태어나 선물이라곤 한번도 받아보지도 못한 채 가난과 질병, 재해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크리스마스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사마리탄의 크리스마스 빈 신발 상자를 채우며 훈훈함으로 마음까지 채울 수 있을 이 기부 행사 프로젝트에 아직 한국은 참가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