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코리언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여섯 번 째의 공연을 다녀와서….

지난 2월 20일 ‘재독코리언심포니오케스트라단’의 여섯 번째의 콘서트가 프랑크푸르트 헤쎈방송국 대강당에서 열였다. 약 700여명의 관객으로 콘서트는 대성공이었다.

연주자도, 지휘자도, 합창단도, 관객들도 호흡이 일치되었던 그런 자리였다. 그날은 모두가 행복한 환희 그 자체였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나그네의 삶속에서 이렇게 가슴 뿌듯한 날이 있다는 것, 독일 방송국 대홀를 빌려 소수 민족인 우리가 이렇게 훌륭한 지휘자, 연주자들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 10년 후면 자기가 70살이 된다는 것, 어떤 이는 80살이 된다는 것, 그런 것들은 자신에게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여고시절 때의 옛목소리 열심히 되살려 노래부르는 합창단원들, 정말 이번 공연은 구름타고 두둥실이다.

나는(황만섭 www.segye.de) 이번 공연에 신문광고를 후원했고, 프랑크푸르트 시내 식품점과 한국인이 경영하는 호텔, 식당들에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는 일까지 자청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재원들이 외국에서 공부해서,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이렇게나 열심히들 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서 자리를 채워주는 것이 우리 교민들이 해야할 도리가 아니겠는가?“ 라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나를 기쁘게 했다.

전면 무대에는 67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그 뒤쪽으로 60여명의 합창단으로 손색이 없는 위용이다. 뒷쪽의 꽃같이 예쁜 합청단원들은 다 60~70살이 넘은 아가씨들이다. 그 긴 시간동안을 눈썹하나 머리카락 하나 흔들림 없이 앉아있는 그들의 자세는 곱고 정중하다. 지금도 저렇게나 예쁜데, 30년 전, 40년 전에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각자 자기들의 고향에서 고향총각들 속께나 태우고 애간장을 많이 녹였을거라는 생각이 번득드는 그런 아름다움들이 지금도 여전하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잘 모르고, 그의 월광 소야곡도 잘 모른다. 지나치다가 들려오는 곡에 발걸음 멈추고, 길가다가 우연하게 흘러나오는 곡 생각없이 듣다가 그냥 그 속으로 빠져들어 갈 때가 가끔씩 있다는 것이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것의 전부다. 그러니까 그 곡이 누구의 곡인지도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면서 참 좋구나 하는 느낌을 갖는 것이 내가 음악을 이해하고 아는 수준이다.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베토벤이 축구선수가 아니라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음악에 관한 지식이다. 모짜라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도 모른다. 확실하게 아는 것은 그가 테니스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 내가 보유하고 있는 음악수준이다.

처음 ‘코리언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만들어 진다고 할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 했다. 단체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시작했다가 조건들이 어렵고 안 맞으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유야무야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의심의 눈초리로 독일교민들은 지켜봤다. 그것이 교민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나는 언젠가 정용선 단장의 인터뷰 기사를 한 신문에서 읽고, 세상에 이렇게 별난 사람도 있구나! 저 정도의 열의와 성의를 가진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나도 조금은 도움이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락을 취했다.

그러던 차에 정용선 단장이 한인단체와 어우려지면서 끝도 시작도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생겨나면서 독일한인사회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난 멀리 뒤쪽으로 물러나 뒷짐지고 서서 구경만 하기로 작정했다.

“복잡하게 시끄러운 곳에 맘 약한 자 가지마라. 청파에 심히 시달려 지친 몸, 행여 망가질까 하노라”

이렇게 지내던 차에 제6차 콘서트 공연소식을 접하게 된 나는 보류했던 협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까지 이끌고 온 저력이라면 빛나는 정신이다. 불굴의 정신이다. 언제나 시작은 어렵고 복잡하다. 아마 그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산고는 늘 아프다. 그걸 이기고 일어선 정신은 위대하다. 이젠 칭찬할 때가 되었다.

미술관에선 그림을 모르더라도 다른 사람들처럼 조용하게 그리고 점잖하게 감상하는 척 하는 것은 교양에 속한다. 연주회 땐 끝난 줄 알고 느닺없이 혼자 박수 쳤다간 대망신이다. 다른 사람들 눈치 봐가면서 조심해서 박수쳐야 한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이거 정말 혓바닥 밑에 땀나는 일이 된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신으로부터 가장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은 ‘네오나르드 다빈치’와 ‘모짜라트’라고 한다.

이제 잠간 어느 기사에서 본 정용선 단장의 살아온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기사 제목은 ‘함평 들판에서 경운기 몰던 청년, 독일 건너가 세계적 바리톤으로 우뚝’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경운기를 몰고 함평군에서 가장 많은 수확을 올린 농사꾼이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으로 농업에 대한 꿈을 접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성악을 시작(그 때 피아노를 처음 접한다)한 그는 성악을 시작 한지 두 달 만에 호남예술제 성악부 최고상을 수상하고, 그 해 9월 제2회 국민음악회콩클대회 우수상, 그 해 10월 제3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성악부 1등에 등극한다. 그는 그걸 바탕으로 한양대학교 성악과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대학 2학년 때 오디션을 거쳐 오페라 정기공연 주연을 맡고, 대학 3학년 때 1천명이 넘는 대학생연합합창단과 오케스트라단 지휘자가 된다. 1986년 제6회 MBC 대학 가곡제 대상을 수상하고 육군사관학교 군악대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다음, 1991년 3월 19일 단돈 100만원 들고 독일유학 길에 오른다. 두 달 후인 5월28일 도르트문트대학 성악과에 합격하는 저력을 보인다.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는 일들이다. 이 정도면 이 세상에서 신으로부터 가장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몇 번째에 순위에 들어가게 되는건지 도대체 가늠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의 꿈은 ‘성경 오페라 전용 극장’이다. 1999년부터 성악가로서 모든 솔리스트 활동을 접고 성경 오페라 대본을 쓰기 시작한다.

현재 독일어 대본 13편을 썼으며, 그중 멜로디가 11 작품을 직접 멜로디만 작곡한다. 오페라 ‘요셉’과, ‘다윗왕’을 이미 ‘창작오페라’로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상태다. 성경 전권, 66권을 오페라로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라는 정용선 단장, 이제 앞으로 닥쳐 올 그의 성공은 자신에게는 영광이 되겠고 우리나라로선 자랑이 될 것이다.

창조주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것을 이 세상에 만든 사람은 셰익스피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조물주의 동생이라고 부른다. 그럼 정용선 단장은 조물주의 사촌이 되는 걸까?

세계적으로 소수 민족의 단일 오케스트라단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지금 정용선 단장은 새로운 역사를 써 가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위대한 음악의 역사를.. 그는 지금 독일에서 한민족의 자존심을 드높이는 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장하지 않는가?

처음에 반신반의 했던 분들, 혹은 중간에 들려오는 풍문으로 지례짐작으로만 판단했던 분들이 있었다면, 이제 우리들의 마음을 덮어 씌웠던 먹구름을 걷어내고 역사의 현장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 모두 다같이 행복해 지시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난 몇 년 전에 여기 똑같은 헤센방송국 대강당에서 조선시대의 궁중음악 공연을 본적이 있었다. 지루하고 답답하고 잠이와서 내가 왜 이렇게 고통스런 자리에 와 있는가 서서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애가 터지는 일이었다. 내가 너무 음악을 몰라서겠지 생각하고 이럴 때 신문들은 어떻게 쓰는지 몹시 궁금했다. 나는 맘먹고 그 공연을 다루는 독일 현지 한인신문들을 기다렸다. 며칠 뒤 받아 본 한인신문들도 한결같이 궁중음악만큼이나 지루하고 답답했다. 알아들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어렵고 고상한 말들은 어디서 그렇게 찾어서 골랐는지, 멋지고 힘들게 써서 칭찬을 하는 그 글들이 이제 또 다시 내 골을 때렸다.

그때 그렇게 놀란 난 이번에 이건용 작곡가의 무용곡 ‘바리’가 들어 있기에 솔직이 속으로 많은 걱정을 했다. 또 지루하고 답답하면 큰 일이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단언하건데 세계를 뒤흔들만한 훌륭한 곡이었다. 곡이 좋았나? 지휘가 좋았나? 아님 연주가 좋았나? 그걸 구분 못하는 나의 음악실력이 다만 답답할 뿐이다.

연주자들은 2박3일의 짧은 연습으로 그렇게 막힘없이 시원하고 유연한 음악들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세계무대를 종횡무진하는 지휘자 배종훈 박사 역시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고함치고 돌아다녀도 찬양고무 죄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머지 않아 ‘코리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미리미리 표를 구입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는 날이 올 것이다. 혹 그 동안 조금이라도 갈등이나 오해가 있었던 분들이 있었다면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다 씻어버리고 음악의 광장으로 나와서 우리 모두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남은 인생들을 행복하게 살아가자.

끝으로 성공적인 공연을 축하하며 계속하여 재독코리언심포니오케스트라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기사재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세계여행사)
황만섭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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