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츠 「연금자 모임」 알고 계십니까


지난30일 저녁 마인츠 카스텔에 위치한 한독친목회관에서 마인츠 인근에 사는 원로들의 송년모임이 있었다.  이날 참석한 30여명의 원로들은 저마다 한 가지 음식을 준비해 와 함께 저녁식탁을 차렸다. 저녁식사 주 메뉴는 곰국. 식탁은 각종 반찬과 떡 그리고 과일 등, 그 어느 행사 못지않게 풍성하고 푸짐했다.

식사후에는 남여별로 편을 짜 걸판지게 윷놀이도 했으며, 가라오케 기기를 설치해 구성진 노래솜씨며 춤솜씨를 자랑하는 등 즐겁고 유쾌한 저녁 한 때를 보냈다.

마인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가칭 「연금자 모임」이라고 불리는 이 원로단체는 60-70대 이민 1세대들이 스스로 발기해 결성한 정년퇴직자들의 모임이다.  젊은 시절 힘껏 일해 가족을 돌보고 조국에 외화를 벌어준 이민 1세대들이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하나 둘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년퇴직을 하고 있다.

연금자 모임을 이끌어 가는 이는 오펠자동차에 근무하다 퇴직한 김종호씨. 원로들의 모임에는 회장도 없고 임원도 없다. 다만 김종호씨가 전화 연락이나 장소 물색 등 모임을 꾸려가는데 필요한 이런 저런 잡다한 총무 일을 맡아보고 있을 뿐이다.

김종호씨는 연금자 모임의 배경에 대해서"퇴직 후 사회활동이 줄어들면서 대체로 집안에 칩거해 가사를 돌보는 것 외에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게 되자 연금자들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함께 만나 어떻게들 지내는지 서로 안부도 묻고 정보도 교환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졌다. 이처럼 연금생활자들 스스로가 모임의 필요성을 인식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성됐다"고 설명했다.

마인츠 「연금자 모임」은 3년 전에 결성돼 매달 둘째 금요일에 모임을 갖는다. 한국처럼 노인정이 없는 터라 원로들은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당에서 모인다. 독일식당들이 대체로 점심영업을 11시30분부터 15시까지 하는 것에 착안해 마인츠 식당들을 순례하며 음식맛도 감상하고 환담도 나누며 또 산책도 하면서 오후시간을 즐긴다는 것.

원로들은 이 모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서로 아껴주고, 염려해주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젊은이들 보다 훨씬 더 다정다감해 보인다.

청운의 꿈을 품고 독일땅을 밟은지 어언 30-40년, 당시의 청년들이 이제 하나 둘 환갑을 넘기면서  이주노동자로 독일에 정착했던 이민 1세대들이 점차 고령화 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조만간 교민사회에서는 노인복지를 포함한 동포노인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 같다. 2세들을 비롯해 동포사회는 고령화되는 이민 1 세대들의 노후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장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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