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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Man on the high heels

by eknews posted Aug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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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Man on the high heels


장진 감독, 프랑스 개봉 2016년 7월 20일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 이어 장진 감독의 <하이힐>을 파리의 극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또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Black Stone이 7월 27일 개봉하고 8월 17일에는 천만영화 부산행(Dernier train pour Busan)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이힐을 보기 위해 늦은 시간 극장을 찾았는데 프랑스 관객이 적지않게 보였다. 이제는 파리의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보는 것이 파리지앵들에게 일상이 된 것일까? 이들에게 한국영화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윤지욱(차승원)은 강력계 형사이다. 훤칠한 키, 조각같은 근육질의 몸매에 혼자서 조폭 열 명쯤은 우습게 해치운다. 검거된 범죄자는 그의 윽박지름과 교묘한 취조에 죄를 자백하지 않을 수 없고, 동료경찰들에게 의리까지 있어 후배 형사들이 형처럼 따른다. 조폭 두목 허곤(오정세)에게 조차 동경의 대상일 정도이다. 그런 그에게 남모를 내면과 꿈이 있다. 그는 어릴 적 여성이 되고픈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런 그를 여자로 사랑했던 동급생과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이제 형사직도 그만두고 외국으로 떠나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 한다. 거액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자신을 동경하던 허곤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아내게 된 지욱. 그는 과연 무사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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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은 액션영화의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동성애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지욱에게서 나타나는 여성적인 느낌과 여성이 되고 싶은데 될 수 없는 절절함을 눈물로 표현하는 차승원의 연기가 일품이다. 성적소수자가 아닌 기자로서도 공감은 안되지만 반대도 못하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마음이었다. '내 안의 숨겨진 나'의 문제는 성적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다.


윤지욱은 사회와 주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숨겨진 자아(여성이 되고픈 나)를 남성성으로 억압한다. 내 안에 숨은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내가 내면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 심리학은 무의식 속의 자아가 현실 속의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 상황에 부적절한 방어기제가 작용할 때 정신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는 현대 심리학의 이론대로라면 영화는 '폭력'이라는 부적절한 방어기제로 인해 정신병에 빠진 듯하다. 지욱이 여성이 되고픈 욕구를 억제하고 자신을 위장하는데 강력계 형사라는 설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지만 과장된 칼질과 유혈에서 영화는 갈 바를 잃고 멈돌고 있는 듯했다.


르몽드는 이 영화가 느와르라는 장르의 영역을 억압받은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통해 확장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사실 뛰어넘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렇다. 지욱이 사랑했던 동급생의 여동생 장미를 지키기 위해 조폭 수십명을 무참히 죽일 때 이야기는 개연성은 있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로서는 몰입과 공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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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욱은 여성이 되고 싶은 욕구로 자신 본래의 성과 괴리된다. 장미가 지욱을 남자로 짝사랑하고 후배 형사 경표가 지욱을 형으로 따를 때 지욱은 이들과도 거리가 있다. 지욱은 모든 상황을 뒤로 하고 성전환 수술을 위해 외국행에 오른다. 하지만 장미가 위기에 처한 것을 알고 인천공항에서 발길을 돌릴 때 그는 다시 그의 꿈과 분리된다. 그런데 이 모든 분리와 간극을 메우는 장치로 감독은 느와르 장르의 특성상 폭력을 선택한 듯하다.


여러 우리나라 영화들이 폭력, 좀비 등을 영화의 주요 장치로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시도는 곡성,부산행의 예처럼 칸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에서 연출의 장치로 폭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도 영화의 미학적 측면이 폄하될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왠지 벌써 파리에서 그런 영화들을 프랑스인과 함께 관람하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영화를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며 심층 분석하는 평단과는 달리 그저 편안히 봤을 프랑스 관객들은 이런 한국 영화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한국영화하면 거칠고 잔인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특유의 공포와 폭력적인 묘사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영화들이 좀 더 다양한 소재와 표현으로 프랑스에 상륙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알로씨네>

프랑스 유로저널 강승범, 석부리 기자 eurojournal10@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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