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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깔로레아Baccalauréat> 크리스티안 문쥬Cristian Mungiu, 

프랑스 개봉 2016 12 7



루마니아 작은 도시, 중년의 의사 로메오의 유일한 관심사는 엘리자의 미래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에서 엘리자가 좋은 성적을 얻고 영국 옥스포드대학 장학생이 되어 암울한 루마니아를 영원히 떠나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만 바랄 뿐이다. 우등생인 엘리자의 영국 유학계획은 차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험 첫날 아침, 엘리자가 괴한의 폭행으로 손을 다치게 되면서 로메오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로메오는 주변의 인맥을 이용해 엘리자의 점수 조작을 시도한다.  



<바깔로레아> 졸업 시험 치르는 18세의 딸과 삶의 시험대 오른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내와 방을 쓴지 오래 되었고 애인도 두고 있지만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 로메오는 존경 받는 의사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루마니아의 민주화운동을 겪은 로메오는 한때 희망을 보았지만 지난한 날들과 현실은 좌절로 다가왔다. 적어도 자신의 딸은 루마니아 열악한 현실을 벗어나 영국이라는 선진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깔로레아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곳을 떠나야 한다. 세상의 여느 부모와 다를 없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그리고 이러한 집착에 휩싸인 로메오는 시험을 제대로 치를 없게 엘리자를 위해 가지 말아야 길을 간다.  특별한 어려움 없이 졸업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라 믿었던 딸에게 닥친 의외의 사고는 평범한 아버지의 시험장이 된다. 영화 제목처럼 인물들은 각자의 시험대에 오른다.



1072 -  영화 칼럼 사진 1.jpg



영화는 뜻하지 않은 변수가 일상을 이를 대하는 자세를 말한다. 자세는 인물들의 도덕적 선택이기도 것이다. 답답한 현실이었지만 원칙을 지키며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해온 로메오는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타협과 자기기만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선다. 시련이 닥친 좋은사람이 부패한사회와의 타협의 과정이라는 설정이 조금은 상투적이지만 감독은 인물들의 심리적 해석을 배제하고 그들의 행위를 따라간다. 카메라는 인물들에 밀착되어 있고 호흡은 가파르다. 영화 도입부터 불안한 요소들이 평범한 일상을 침입한다. 누군가에 의해 깨지는 아파트 창문은 평온한 아침의 정적을 깬다. 거실 소파에서 자던 로메오가 급하게 밖으로 뛰어 나온다. 유리창을 누군가를 쫓아가 보지만 로메오 앞을 가로지르는 육중한 기차는 위협적이다. 주위의 소음과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기, 한산한 주택가 도로에서 뛰어든 그리고 끝내 누군가에 의해 깨진 자동차 유리창... 불안이 일상에 스며든다. 엘리자의 좋은 성적을 위해 관료들과의 협잡을 시도하는 로메오의 고전분투기 보다 그를 맴도는 소소한(?) 침입들이 불안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1072 -  영화 칼럼 사진 2.jpg 1072 -  영화 칼럼 사진 3.jpg



요원하게 느껴졌던 사회의 잠재적 위협은 누구에게도 불쑥 찾아 있다. 하지만 감독은 이러한 불안의 이유를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조명한다. 영화 후반부, 카메라는 딸의 폭행범인 듯한 남자를 쫓아 외지고 어두운 밤길을 헤매는 로메오를 좇아간다. 이상의 상황 설명은 제외하고 로메오만을 따라 가는 카메라는 그가 느끼는 숨막히는 두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추적은 허탕을 치고 허무하게 돌아서는 그의 모습은 영화를 관통하는 정체불명의 위협들이 로메오 자신이 만든 의심과 불안의 본질일 있다고 암시한다.


1072 -  영화 칼럼 사진 4.jpg



로메오의 개인적 이야기는 사적 공간을 지나 보편적 현상으로 전이한다. 공포를 대하는 아버지와 딸의 자세가 충돌한다. 불안에 잠식 앞선 세대의 흔들림은 다음 세대가 가진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전환된다. 자식의 안락한 삶을 위해 원칙을 저버리는 것도 감수하는 부성애(?) 아버지의 원칙을 체화한 딸과 대립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동으로 확장된다. 한번의 부정행위만 넘기면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보장받을 있는 순간을 엘리자는 거부한다


엘리자가 팔의 기브스는 삶의 중요한 순간에 다가온 예기치 않은 시련의 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치르고 오토바이를 타며 일상의 평정을 유지하려는 애쓰는 엘리자의 모습에서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없다는 감독의 의지가 읽힌다.

 



<사진출처 알로 씨네>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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