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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로 마르셀로 Pietro Marcello,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저항

by eknews posted Jun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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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정 기자의 영화 리뷰>

피에트로 마르셀로 Pietro Marcello, 프랑스 개봉 2016년 6월 1일


< 벨라 에 페르두타 Bella e Perdut >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저항



<벨라 에 페르두타>는 이탈리아의 신화적 인물 폴리치넬라 형상을 불러내 자연, 인간, 역사의 조우시켜 소멸해가는 인간적 아름다움을 환기시킨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를 배경으로 농부 토마소와 물소 사르키아포네, 그리고 상상 속의 인물 폴리치넬라의 이야기를 현대 이탈리아 사회현상과 함께 녹아낸다. 실사화면과 픽션의 상상력으로 조합된 영화장치는 자본에 잠식해가는 현 이탈리아의 거친 모습은 시적인 영상미와 어우러져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의 시골의 소박한 목동인 토마소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한 고성을 관리하고 있다. 쓰레기더미로 쌓여가고 있는 고성을 치우는 것이 고작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던 어느 날, 토마소는 벌판에 방치된 어린 물소를 거두게 되고 사르키아포네라고 이름 짓는다. 치즈를 만들 수 있는 우유를 생산하는 암소와는 달리 수소를 거두는 토마소를 모두가 비웃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마소는 죽음을 맞이하고 버려진 사르키아포네를 돌보기 위해 폴리치넬라가 현실의 세계로 나오면서 이들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된다. 


중세 이탈리아 가면 대중극의 주요 인물이며 삶과 죽음의 중간에 위치한 폴리치넬라는 토마소를 대신해 어린 물소의 보금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이탈리아를 가로지른다. 이탈리아 남부의 시골 풍경은 언뜻 조용하고 아름답다. 폴리치넬라와 사르키아포네의 모습은 고즈넉하고 평온하다. 하지만 여기에 현실이 들어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황폐해져 가는 오늘 날 이탈리아 민중들의 삶의 현장이 교차된다. 사실(실제 사건)과 상상의 이야기는 씨줄과 날줄이 되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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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주관적 시점으로 보이는 도입부는 잠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거친 호흡소리와 강렬한 쇠의 부딪힘 소리, 그리고 흔들리는 카메라는 미로 같은 좁고 차가운 복도를 지나간다. 몇 초의 혼란을 지나면 그것은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짐승의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살장의 공명은 거친 문소리로 끊어지고 영화는 물소의 회상으로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사르키아포네가 화자가 된다. 사르키아포네의 시점은 그의 나레이션과 안티마티아 시위대의 실사화면과 병행되면서 일그러진 이탈리아의 모습과 접목된다.  


21세기의 이탈리아는 '쓰레기 대란'의 몸살로 시작했다. 무지막지하게 이권을 넓혀가던 나폴리 마피아 카모라는 쓰레기수거장을 장악하고 이탈리아 전역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린다. 견디다 못한 나폴리인들은 폐기물에 불을 지르고 대규모의 시위가 거리로 나선다. 일명 'Terra del fouchi(불타는 땅)'스캔들이다. 세계문명사에 긴 줄을 세우고 있는 이탈리아의 유적과 문화가 돈이라는 권력 앞에 처참히 무너져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마르셀로 감독은 이 시점을 계기로 점점 폐허로 변해가는 이탈리아 전역을 찍기 시작했고 그 형식은 다큐멘터리였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는 중 실제인물인 토마소가 죽음으로써 영화는 픽션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마르셀로 감독은 토마소의 생전의 모습에 폴리치넬라라는 가상의 인물을 가미하면서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간극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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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치넬라와 사르키아포네의 여행은 잊혀지고 유기되어 가고 있는 이탈리아의 은유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 듯하다. 변해가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마르셀로 감독의 의도는 단지 이탈리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이탈리아의 전경은 아름답지만 소박하다. 그래서 특별하지만 보편적이다. 


버려지고 소외된 물소 사르키아포네는 민중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옆을 끝까지 지켜주던 폴리치넬라는 구원의 또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시골의 서정적 풍경과 지나가는 폴리치넬라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마을 주민들은 신화와 실재가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실체화는 아름답지만 우울하다. 여정의 끝은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영화의 도입부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세상으로 들어 온 폴리치넬라는 우화를 벗어나 현실과 들어오는 순간 사르키아포네와의 대화도 단절된다. 섬뜩하리만큼 냉철한 현실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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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에 페르두타>는 우화 속의 인물을 끌어낸 몽환적인 상상의 세계가 철저하게 현실에 발을 디딘 사실주의와 마주치는 현장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감독의 심도 깊은 감성과 세련되고 감각적 영상미는 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벨리 에 페르투타>를 거칠게 옮겨보면 '미와 타락'정도 될 것이다. 스러져가는 아름다운 것, 즉 토마소와 사르키아포네 그리고 이탈리아라는 땅의 죽음에 대해 감독은 영화라는 도구로 저항한다.

 

<사진 알로시네>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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