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와인칼럼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27: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3장 Bordeaux – 5

by eknews posted Aug 0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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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27: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3장 Bordeaux – 5


대망의 보르도 마지막 편이다. 프랑스 유력지 르 피가로 방(LE FIGARO VIN)’을 비롯한 여러 와인 전문 매체는 보르도를 5개의 세부 지역으로 나눈다. 좌안의 메독, 그라브(페삭-레오냥), 우안의 생테밀리옹과 포므롤, 엉트르 두 메르, 그리고 소테른. 그래서 이번 마지막 편은 남은 두 지역, 화이트 와인이 유명한 소테른(Sauternes)’엉트르 두 메르(Entre-deux-Mers)’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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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www.bdtours.fr

 

 

귀한 곰팡이. 반지하 자취방에서 살아본 사람은 곰팡이라면 지긋지긋하다. 귀하긴 뭐가 귀한가? 하지만 모든 곰팡이가 나쁜 건 아니다. 우리의 목숨을 살리는 페니실린(penicillin)도 곰팡이고, 우리 밥상에 없으면 안 되는 메주도 결국 곰팡이다. 그리고 와인에도 귀한 곰팡이가 있다. 귀부병이라 불리는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가 그 주인공이다.

 

가을이 되어 따뜻한 가론(Garonne) 강에 차가운 시롱(Ciron) 강이 흘러들면 안개가 많이 끼면서 습해진다. 그리고 포도 열매에 곰팡이가 피게 된다. 특히 세미용(Sémillon), 리슬링(Riesling) 품종이 귀부병에 잘 걸린다. 그래서 귀부 와인의 양대 산맥인 프랑스 소테른과 독일 모젤, 라인가우 지역에서는 각각 쎄미용(소비뇽 블랑과 뮈스카델이 보조)과 리슬링을 주로 키운다. 튼튼한 카베르네 소비뇽은 내성이 있어서 곰팡이가 잘 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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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www.le-bouchon.fr

 

곰팡이가 핀 포도는 껍질에 갈색 반점이 생기면서 점점 쪼그라든다. 그런 포도는 수분이 줄어들어 당도가 높다. 모든 포도에 곰팡이가 피는 것은 아니기에 수확은 손으로 한땀 한땀정성껏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여러 차례 수확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결과는 그 노력과 비용을 충분히 보상한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관능적이며 달콤한 와인을 논할 때 소테른을 빼면 이야기가 안 된다.

 

소테른의 등급 체계는 메독과 마찬가지로 1855년에 그 뿌리를 둔다. 총 세 등급으로 나누는데, 15개의 스공 크뤼(Seconds Crus)’, 11개의 프르미에 크뤼(Premiers Crus)’, 그리고 그 정점에는 유일한 프르미에 크뤼 쉬페리에르(Premier cru supérieur)’인 소테른의 여왕, 샤토 디켐(Château d`Yquem)이 있다. 달콤한 와인이라면 질색하는 사람도, 심지어 와인을 안 마시는 사람도 샤토 디켐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단맛이라는 표현, 그리고 와인이라는 단어로는 그 고귀함을 제한하지 못하는 듯하다.

 

소테른 와인은 공식처럼 연결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세계 3대 진미 푸아그라다. 기름진 푸아그라와 달콤한 디저트 와인, 뭔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는 보통 무화과 잼에 향신료를 섞은 소스를 함께 내놓는다. 푸아그라의 기름짐을 달콤한 맛으로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냥 땅콩버터보다 딸기잼이나 포도잼을 섞은 구버(Goober)’ 가 더 잘 넘어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푸아그라와 소테른은 역시 천생연분이다. 그리고 디저트 와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과일 타르트 등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하지만 소테른은 그 자체로 훌륭한 디저트다. 굳이 다른 음식을 곁들이지 않아도 완벽하다.

 

너덧 명이 충분한 예산으로 레스토랑에 간다면 소테른 와인을 한 병 시켜보자. 전식인 푸아그라와 한 잔 마시고 얼음통 속에 넣어놨다가, 본식이 끝난 후 디저트와 함께, 또는 디저트로 소테른을 한 잔 더 마셔보자. 화려한 식사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계산서도 각오해야 한다.

 

이제 엉트르 두 메르로 넘어가 보자. 어찌 보면 엉트르 두 메르는 보르도에서 가장 소박한 산지다. 등급도 없고, 슈퍼스타 와이너리도 없다. 하지만 질 좋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인을 많이 만들어내기에 프랑스인의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엉트르 두 메르는 프랑스 어로 두 바다 사이라는 뜻인데, 지도를 보면 두 바다가 아니라 두 강이다. 가론 강과 도르도뉴(Dordogne) 강 사이에 자리 잡은 삼각형 모양의 넓은 지역을 통틀어 레지옹(Région) 엉트르 두 메르라고 부른다. 이는 다시 프르미에르 코트 드 보르도(Première-côtes-de-Bordeaux)’, ‘카디약(Cadillac)’, ‘루피악(Loupiac)’ 10여 개의 아펠라씨옹으로 나뉜다. 그중 한 아펠라씨옹의 이름 역시 엉트르 두 메르다. , 엉트르 두 메르는 하나의 세부 아펠라씨옹이면서, 앞의 10여 개 아펠라씨옹을 포함한 레지옹의 이름이기도 하다. 쉽게 예를 들면, 미국 뉴욕 주(New York State) 안에 뉴욕 시(New York City)가 있는 것 비슷하다.

 

뉴욕 주의 간판이 뉴욕 시인 것처럼 레지옹 엉트르 두 메르의 간판 역시 아펠라씨옹 엉트르 두 메르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보르도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소비뇽 블랑을 주로 사용하고, 세미용을 보조로, 그리고 종종 약간의 뮈스카델 품종을 섞어서 사용한다. 물론 샤토 몽로(Montlau)’처럼 뮈스카델이 주 품종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대부분의 엉트르 두 메르 화이트 와인은 소비뇽 블랑이 주 품종으로 사용되어 가볍고 상큼하다. , 오렌지 등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과 풀 내음이 가득하다. 그래서 생굴이나 다른 해산물과 아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종종 엉트르 두 메르 중에도 오크 숙성을 한 것이 있다. 나무와 불에 그슬린 향이 깊게 베인 화이트 와인을 5유로에 마실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이때 생굴은 영 아니다. 바다 내음이 심하게 몰려온다.

 

레지옹 엉트르 두 메르에는 상당히 좋은 레드 와인도 많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만화 신의 물방울로 유명한 샤토 몽페라(Château Mont-Pérat)’, ‘샤토 드 레냑(Château de Reignac)’이 모두 여기 출신이다. 그리고 보르도 와인 연구 대학의 드니 뒤부르디유(Denis Dubourdieu) 교수 소유의 샤토 레이농(Château Reynon))은 화이트 와인이 아주 유명하지만(이 와인도 신의 물방울에 소개됐다.), 레드 와인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쌍트 크루아 뒤 몽(Sainte-Croix-du-Mont)은 소테른과 강을 경계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으로 역시 귀부와인을 생산한다. 엉트르 두 메르에서 나오는 스위트 와인 중 최고라 할 수 있는데, 10유로 미만도 많다. 여자 친구 생일이라 큰맘 먹고 과일 케이크를 산 유학생들이여, 한 번 더 무리하시라. 효과는 50유로짜리 소테른만큼 나올 수도 있다.

 

엉트르 두 메르의 가볍고 상큼한 화이트 와인과 아르카숑의 싱싱한 굴, 오크향 살짝 묻어나는 페삭-레오냥의 화이트 와인과 그릴에 구운 생선 요리, 묵직한 포이약이나 포므롤의 레드와인과 새끼 양고기구이, 달콤한 소테른 한 잔. 보르도에는 정통 프랑스 코스 요리와 함께할 최고급 와인이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인의 심장, 그 이름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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