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29만원' 전두환, 1672억원 자진완납발표

'전재산 29만원' 전두환, 1672억원 자진완납발표

전재산 29만원이라던' 전두환이 턱 밑까지 쫓아온 검찰의 압박에 드디어 항복하고 "미납추징금 1672억원 자진완납하겠다"고 10일 장남 전재국씨를 통해 발표했다.

전두환도 이날 미납 추징금 완납 계획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16년만에 추징금 문제가 해결됐다.

16년전에 추징된 미납추징금을 16년간 버티면서 부동산투기 등 각종 사업을 통해 수 십배를 뻥튀기한 후 이제 원금만 갚는 것이어서 어이없다.더군다나 1672억원에 대한 가치는 16년전과 현재의 차이가 천문학적인 데도 1672억원만 납부해도 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나타난 것이다. 

추징금 납부 계획서에는 검찰이 압류·압수한 부동산과 미술품 등을 모두 매각하고, 전 전 대통령 가족이 추징금을 일정 부분 분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전 씨 일가의 자진납부 계획은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압류된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인데 이에 대한 확실한 감정평가도 이뤄지지 않아 얼마를 거둬들일지 모른 채 ‘완납’만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갑자기 바뀐 태도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무기명 채권과 같은 숨겨진 ‘돈줄’을 찾아낸 것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어서 백기투항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재까지 약 10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했으며,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 자진납부 의사를 밝히면서 총 1703억원 상당의 책임재산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압류된 재산을 지나치게 부풀려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압류된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인데 이를 처분해 현금을 만드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경매 전문가들은 전 씨 일가의 부동산을 특이한 물건으로 치부하며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의 추징금 환수는 부동산 경매에 주안점을 두지 말고 전 씨 일가의 금융자산 환수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전 씨 일가의 추징금 완납 시나리오에서는 이순자 여사의 개인연금보험 30억 원을 제외하고는 금융자산을 찾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자진납부 결정에도 전 씨 일가의 또 다른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전 씨 측이 부동산과 달리 숨겨진 금융자산을 검찰이 결코 찾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전 씨 일가의 비자금 규모와 무기명 채권 등에 관한 광범위한 실체를 파악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것을 간파한 전 씨 측이 전격 자진납부라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기명 채권을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사금융권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 씨 측이 그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부동산 경매를 주 내용으로 하는 자진납부를 결정했을 뿐 금융자산 환수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부동산 처분을 통한 자진납부는 시간벌기일 뿐 진정한 추징금 완납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자진납부된 재산의 정확한 가액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과 집행절차를 면밀하게 협의, 최대한 추징금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환수조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군형법상 반란·내란과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형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533억원만 납부한 채 전체의 76%인 1672억원을 미납했었다. 

검찰이 추징금으로 활용할 주요 재산 목록

전 전 대통령의 경우 연희동 사저 정원과 이대원 화백 그림이 추징금에 쓰여지고, 부인 이순자씨는 사저 본채와 게인 연금 보험이 해당된다. 

장남 전재국씨는 연천 허브빌리지 48필지 전체 및 지상건물, 서울 서초동 시공사 사옥 3필지, 압수 미술품 554점 및 개인 소장 미술품, 한남동 유엔빌리지 부지 매매대금, 북플러스 주식 20만4000주, 합천군 소재 선산(21만평)이다.

차남 전재용씨는 오산 양산동 산 19-87 등 5필지, 서초동 시공사사옥 1필지, 서울 이태원동 준아트빌이 해당되며, 삼남 전재만씨는 한남동 신원플라자 빌딩과 연희동 사저 별채를 매각해 추징금으로 낸다.

장녀 전효선씨는 본인 소유의 안양시 관양동 부지를 매각하고, 재만씨의 장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은 금융자산 275억원을 보태기로 했다.

<관련기사: 3 면 유로저널 단독 사설>

http://www.eknews.net/xe/?mid=opinion&document_srl=423359

유로저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