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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6.07.31 22:24

내 안에 갇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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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갇힌 나




근래에 조국의 젊은이들에게 유행되는 말은 '헬조선'이다. 이는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의 합성어이다. 근대사에 있어서 대한민국을 조선이라 표현하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게 작용한다. 조국의 현실이 그만큼 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에서 유행된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이고 절망적 말은 어느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헬조선은 근래에 만들어진 용어가 아니라 오래 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생각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 표현된 신조어일뿐이다.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지옥 같은 세상 망해버려라.' 물론 이 말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어르신들의 술자리에서 시골 바둑을 배우면서 들었던 말이었다. 시골 어르신들의 찌든 담배 연기를 온몸으로 맡으면서 바둑에 작은 인생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속칭 '아다리'(단수)를 힘겹게 배웠다. 동네 어른들이 사용하는 바둑 용어는 비전문 일본식 표현이었다. 바둑판에 흑돌을 까맣게 깔고 두어도 패배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맞대결을 했고 나중에는 동네 바둑 왕좌에 당당하게 앉게 되었다. 어른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바둑을 두셨는데 생각대로 대국이 풀리지 않으면 입버릇처럼 말할 놈의 세상이라는 말을 뱉곤 했다. 


어린 나이에 느꼈던 어른들의 세상은 절대적인 권력집단이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하는 시대에 어른들의 위엄은 먼발치에서도 깊숙이 허리 숙여 인사를 해야 했다. 절대적인 명예,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집단의 입에서는 지옥 같은 세상이라는 말을 내 뱉어낼 때 마다 어린 내게 어른들이 경험한 그 세상을 막연하게 거부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불태웠던 바둑을 그만두었다. 아마도 이른 사춘기 시절에 주어진 세상의 풍토를 온 몸으로 거부했을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였을 것이다. 표현이 참 재밌다. 질풍노도의 의미는 큰 물결이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는 치는 상황을 의미하는 함축 용어다. 생각은 삶에 반영된다. 행동이 있다는 것은 먼저 생각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생각과 행동이 동시에 발생하기에 정확한 순서를 눈치 채지 못할 때가 있다. 또한 생각 없이 행동할 때도 있다. 어떠하든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지 행동은 생각뿌리의 줄기일뿐이다.


행동이 있다는 것은 먼저 생각을 했다는 의미가 되고 생각은 언어로 표출된다. 그래서 부정적인 언어는 사람을 옥죄이는 능력이 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선교하셨던 한 선교사님에게 세 명의 자녀가 있었다. 오지에서 생활하였기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어서 가정에서 학교 과정을 교육해도 되는 허락을 받았다. 아이들은 보통 학교에서 욕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선교사님은 아이들에게 욕 대신 칭찬을 사용하게 했다. 바보 멍청이 대신 천재, 영재, 훌륭한 아이라는 말을 대입시켰다. 싸울 때는 아이들은 '야, 이 천재야, 영재야, 훌륭한 애야'라며 울었다고 한다. 작은 아이는 엄마에게 와선 이렇게 일렀다고 한다. '엄마, 언니가 나보고 천재래….'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방문하여서 정식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오지에서 사용했던 언어는 학교라는 거대한 숲에서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견뎌낸 아이들은 그 누구 보다 탁월한 자존감으로 말 그대로 천재가 되고 영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사람은 말 한 대로 된다. 입으로 뱉은 말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말은 없어지는 바람 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생각, 영혼에 화살처럼 꽂히게 된다. 그래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이다. 천 냥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화폐단위다. 1냥은 오늘날 7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조선 후기에 물가로 환산한다면 천 냥이면 논 30마지기를 살 수 있었다. 1마지기는 200평이다. 30마지기라고 하면 6000평이나 된다. 조선시대에 천 냥으로 30마지기를 살 수 있는 곳은 최상으로 좋은 노른자 땅을 의미한다. 현대적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이다. 서울 강남에 6000평의 땅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런던 중심가에 그만큼의 땅을 가지고 있다면 로또 1등 당첨이 필요치 않을 인생 역전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 만큼의 거액이 된다. 그렇게 거액을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다면 세상에 가난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는 속담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적인 사건이 되기도 한다. 고려시대에 '서희'(942-998)장군은 세치 혀로 거란족의 군사 80만 명을 물리쳤다.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는 거란족의 '소손녕'의 위협 앞에 마치 왕으로부터 시작하여 온 군사가 벌벌 떨었던 골리앗 시대를 연상케 한다. 왕과 백성들은 절망했다. 이제 고려는 거란족의 노예가 될뿐 아니라 왕족이나 귀족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을 우려해 국가와 국민을 버리고 도주하는 정치인 지도자가 속출했으며 거란족의 끄나풀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서희 장군은 당시 고려왕인 '성종'에게 정중하면서 강력하게 청원을 한다. 우리가 떨고 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이 거란족과 맞서 물리치고 오겠다는 것이다. 서희장군은 80만의 거란족을 물리쳤을 뿐 아니라 여진족을 몰아내고 흥화진(의주), 용주(용천), 통주(선천), 철주(철산), 귀주(귀성), 곽주(곽산) 의 강동육주의 영토를 확장시켰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을 뿐 아니라 80만 대군을 이길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말 한마디가 영혼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사람은 말에 의해 활력소를 찾게 되며, 절망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감성과 지식을 동원하여 아이들에게 좋은 말을 물려주어야 한다. 그것은 어떠한 재물보다 위대하다. 재물은 잠시 잠깐 편리할 뿐이지 인생을 바꿀 순 없다. 그러나 말은 그 사람의 본질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게 된다. 헬조선이라 말하면 결국 우리 조국은 헬조선이 된다. 비록 현실이 헬조선과 같을지라도 파라다이스라 시인해야 한다. 머리가 나쁘다고, 머릿속에 똥만 들었냐며 야단을 맞았던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하신 말이 상처가 되어 내 안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어린 제자에게 당시에는 비록 장래의 장밋빛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참고 인내하며 좋은 언어로써 제자들을 훈육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게 된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 말은 하는 순간 사라지지만 그것은 자신을 가두고 얽어매는 족쇄가 된다. 용사는 성을 점령 할 순 있지만 자기 속에 있는 마음의 성을 다스릴 순 없다. 그것은 분노 때문이다. 분노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말로 표출된다. 말은 분노를 뿜어내는 수도꼭지와 같은 것이다. 망할 놈의 세상이라 분노하게 되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정말 망할 놈의 세상에 살게 된다. 헬조선이라 말하고 술 한 잔 기울이며 푸념하듯 고백하게 되면 위로가 되기는커녕 세상에 보이는 모든 사건이 지옥과 같이 느껴지게 된다. KBS에서 한글날 기념으로 말에 대한 실험다큐를 제작하였다. 막 지은 하얀 쌀밥을 두 용기에 담아 밀봉한 후 아나운서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 달간 A용기에는 고맙습니다. 예쁘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라는 덕담을 들려주게 했고, B용기에는 짜증나, 미워, 싫어, 나쁘다. 귀찮아 등 부정적인 말을 들려주게 했다.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을 녹음하여 헤드폰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4주가 지난 후 용기들을 거둬 분석한 결과 A용기의 쌀밥은 예쁜 곰팡이가 피워보기에 좋고 구주한 냄새가 나지만 B군 용기의 쌀밥은 검고 보기 흉측한 곰팡이가 피어 냄새가 고약하고 썩기 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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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죽은 나무를 깎아 만든 남자상, St James’s Square Garden>



부정적인 말은 자신을 어둠에 가둔다. 내일에 대한 희망도, 현실을 극복할 용기를 상실케 한다. "후목불가조야"라는 말이 있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나무를 썩게 하는 것은 결국 입으로 뱉어진 말이다. 작품이 될 만한 나무지만 말로써 희망의 싹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것보다 자기 영혼을 살리는 강력한 재원이 된다. 런던 중심부의 한 공원(St James’s Square Garden)에 죽은 나무를 조각하여 멋진 남성상을 세워놓았다. 나무가 죽었기에 사람들은 절망 했을 것이다. 희망이 없는 나무를 향해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작가는 부정적인 말을 초월하여 그 안에 멋진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나무에 생명은 끊겼지만 그것을 깎고 다듬어 멋진 작품을 세상에 내 놓았다.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비록 현실이 힘들고 해결해야 할 것이 산적해 있지만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내 안에 갇혀진 멋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에 멋진 내가 잠들어 있다면 그것을 일깨워 주는 것은 내 입에서 뱉어지는 말일 것이다. 말할 놈의 세상이라 말했던 어른들은 비록 우리에게 헬조선과 같은 세상을 물려주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헬조선을 파라다이스 조국으로 바꿀 수 있다. 물려받은 현실은 비록 사막이고 빛이 보이지 않는 암흑세계라 할지라도 절망의 땅을 푸른 초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인내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면 빛의 세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말하는 것만큼 이룰 수 있다. 부정적인 말은 부정적인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긍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사건을 만들어 낸다. 내 안에 갇혀 숨죽이고 있는 나에게 자유를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은 내 입에서 무심코 뱉어지는 말이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 예수마을커뮤니티교회 담임 

http://jvcc.org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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