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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의 나라 프랑스의 포도주 생산자들이 울상이다.
계속되는 이상 기상현상으로 인해 포도주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칠레, 호주 등 이른바 신대륙 포도주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포도주의 등급 판정에 대한 갈등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삼중고다.

프랑스 포도주, 과일, 원예산업위원회인 비니플로르(Viniflhor)에 의하면 지난 2007년 포도주 생산량이 연평균을 밑돈 4654만 헥토리터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이보다 5% 감소한 4360만 헥토리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우, 강풍, 우박 등의 갑작스런 이상 기상현상으로 인해 포도 농가가 적지않은 타격을 입은데다가 포도주의 과잉생산을 저지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계획에 따라 많은 포도주 생산자들이 포도생산을 제한한 것도 포도주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가장 낮은 품질의 식탁용 포도주의 생산은 지난해보다 8.5%, 고급 포도주인 원산지표시통제(AOC)급 포도주의 생산은 6.8% 감소할 것이라고 비니플로르는 전망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포도주 강국이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포도주 수출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미국 등 이른바 신대륙 포도주의 공세는 날이 갈수록 과격해져서 고급 포도주인 그렁크뤼(Grand Cru) 등급의 포도주와 일부 원산지표시통제(AOC)급 포도주를 제외한 중급 이하의 포도주 시장의 불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포도주 생산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포도주의 등급을 높이고자 피나는 노력과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과정에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기만 한다.

최근 프랑스 보르도의 행정법원은 지난 2006년에 있었던 쌍떼밀리옹 지역 포도주 샤또에 대한 정부의 등급 재분류가 무효라고 판결, 이 지역 포도주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지난 2006년, 매 10년마다 정부의 감독을 받아 열리는 심사위원회의 등급 판정 당시 전체 800여 개 샤또 중 61개가 그렁크뤼 등급을 받았는데, 기존 그렁크뤼 등급에 있던 11개 샤또가 명단에서 탈락했다. 이들 샤또는 정부의 등급 판정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로부터 2년 이상 재판을 끌다가 최근 "심사위원들이 모든 포도주를 같은 조건에서 맛볼 수 없기 때문에 포도주 등급 판정은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정부의 포도주 등급 판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프랑스의 포도주 생산자들은 일단 그렁크뤼 등급에 진입하면 포도주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기 때문에 등급 판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프랑스의 포도주 등급 제도는 한번 판정을 받으면 좀처럼 안 바뀌는 데다 해당 샤또가 이웃 포도밭을 사들여 생산량을 늘려도 같은 등급을 사용할 수 있는 등 불합리한 점도 있다.

유로저널 오세견 지사장
eurojournal0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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