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흔들어버린 키프로스 위기가 EU와 IMF가 키프로스 정부에 10억 유로의 재정 지원을 재공하기로 합의하면서 키프로스의 유로 이탈 위기가 진화되자마자, 슬로베니아발 유로존 위기가 재점화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나라로 슬로베니아가 유로존 내에서 키프로스에 이어 6번째 지원 요청 국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도 유로존 위기는 불씨가 남아있는 핵심 산업인 은행업이 괴멸적인 타격을 받은 키프로스 경제, 총선거로부터 1개월 반이 경과했지만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고 있지 못하는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긴축 과정의 일부에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이 내려진 포르투갈 등 불안한 재료는 곳곳에 있다.
슬로베니아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12년에 -2.3를 기록했고, 2013년에도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게다가 실업률은 2012년 9.0%에서 2013년에는 9.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1년에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하여 2004년에 EU에 가입하였고 2007년에 구 공산주의국가로써 처음으로 단일통화 유로를 도입했다.
슬로베니아의 경제 규모는 유로존 전체의 0.4% 정도로 유로존 내에서 4번째로 작지만 구 유고슬라비아 시절부터 제조업이 번성하였고 EU 가입 후에는 역내 가장 높은 성장률과 동유럽 제일의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자랑해 동유럽의 우등생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채무위기의 여파, 서방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슬로베니아는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졌다.
또한 EU회원국과 유로 도입으로 대량 유입된 외국자본이 부동산 개발로 향하게 되면서 그 일부가 버블화되었다. 이후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황이 악화로 돌아서 최대의 건설업체를 비롯하여 많은 기업이 파탄에 몰렸다. 부실대출을 계속해온 국유은행에 의해 거액의 부실채권도 표면화하고 있어 위기 발생 이후 슬로베니아로부터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OECD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경제위기와 유로존의 국가부채 위기 및 구조개혁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그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어려운 금융시장 여건, 실업의 증가, 수출 감소에 더하여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디레버리징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크게 떨어져 OECD의 선진국 수준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슬로베니아는 은행들의 과도한 위험감수, 국영은행에 대한 취약한 거버넌스, 불충분한 금융감독 시스템 등의 원인으로 심각한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영은행들은 그동안 수차례 자본확충을 했으나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은행 부문에 대해, 보수적이고 투명한 가정(assumptions)하에 새로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회생가능한 은행에 대해서는 가급적 신주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실시하고 회생불가능한 은행은 정리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은행 정리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투자자도 어느 정도의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이 보고서는 국영기업을 민영화하여 시장의 경쟁성을 제고하고 전문직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경쟁당국(Competition Authority)의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슬로베니아는 인구 2백만명, GDP 456억달러(2012)로 GDP 기준 키프로스의 2배, 그리스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나라이나, 유로존 국가이므로 키프로스와 같은 금융위기가 슬로베니아에서도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이 유로존 전체에 미칠 것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