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낮은 국가채무 비율을 유지해왔던 스페인도 이제 빚에 시달리게 되었다. 2012년을 기점으로 모든 경제지표들이 부정적인 전망으로 갱신됨과 함께 국가채무 또한 최근 몇 년 간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El País지는 유럽연합 통계청의 보도를 인용하여 현재 스페인 국내총생산에 대한 공공채무의 비율은 88.2%로, 85.9%인 유럽평균을 넘어섰다고 7월 22일 보도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은 그리스, 아일랜드와 함께 최근 3분기 중 가장 많은 공공부채 상승치를 기록한 국가 중 하나이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의 국가채무. 왼쪽은 국내총생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고, 오른쪽은 지난 1년간의 부채 상승비율이다.
은행에 보관되었던 개인예금이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빠져나가고,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결국 모두가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는 것이 이번 통계에 대한 주된 분석이다. 우파 성향의 라호이 Mariano Rajoy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채무비율은 약 20%가 증가하여 이전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 8년간 좌파성향의 사파테로 José Luis Rodríguez Zapatero 정부 때도 있었던 일로, 호황기에서 침체기로 전환될 때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물론 스페인의 부채비율은 104.5%를 기록한 벨기에나 91.9%를 기록한 프랑스 보다 낮고, 88.2%의 영국과 동일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 부정적으로만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160.5%를 기록한 그리스나 130.2%를 기록한 이탈리아 등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을 넘어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경제사정이 건강한 편이다. 하지만 그리스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이웃국가들의 부채위기가 가중된다면 유럽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 상당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15.2%를 기록한 가파른 상승치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있는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그것과 맞먹는 것이다. 올해 첫 삼분기에도 스페인은 4%의 부채비율상승을 기록하며 7.7%의 아일랜드, 4.7%의 벨기에와 함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번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4월과 5월에도 스페인의 부채비율은 계속 증가하여 이미 89.6%를 기록하였다. 이로써 스페인 국민 1인당 지고 있는 빚은 2만 유로를 넘어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