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을 신청하려는 동구권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유로존 경제위기가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 동구권으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안정화기구(ESM)을 통한 위기국의 국채매입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유로존 위기해소 방안에 합의했지만 위험국가 수는 오히려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슬로베니아가 은행권 지원을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여섯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헝가리로 헝가리의 통화인 포린트화는 최근 급격히 평가절하 되는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다.
헝가리는 올해 초 2차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나 유럽연합(EU)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확보하고 공공부문을 개혁하라고 요구해 아직 본격 협상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다.
최근 슬로베니아 최대 은행인 '노바류블랸스카방카(NLB)'가 정부로부터 3억8,100만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NLB를 포함해 은행권 전반적으로 추가 자금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서울경제신문은 문제는 슬로베니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NLB가 12억유로를 빌린 것을 비롯해 전체 은행들이 ECB에서 대출한 자금은 20억유로에 달한다.
슬로베니아 국채금리도 최근 6%를 돌파하면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은행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야네즈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는 지난달 27일 EU 정상회의에서 "슬로베니아는 그리스와 유사한 시나리오로 갈 위험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는 지난 2004년 EU에 가입한 후 2007년에 유로화를 도입했지만 이에 따른 수혜는 고사하고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를 기록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도 -2%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슬로베니아 정부가 은행권에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할 위험이 커졌다면서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은행권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36%로 다른 동유럽 국가들보다 많다.
최근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으로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시작한 루마니아도 정치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 불안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최근 국가신용도 위험도인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급격히 올라가는 등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이달말 IMF와 EU 합동 조사단이 작년말 지원한 50억 유로 규모의 '재정위기' 예방 자금의 이행 실적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동구권이 세계 경제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는 형국이어서 향후 여파가 주목된다.
유로저널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