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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안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과 경직된 노동 시장으로 해외만이 아니라 프랑스 국내에서도 경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프랑스 경제의 저력을 강조하는 프랑스 투자은행가의 글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너지와 투자 전문가인 제롬 귀예는 르몽드지에 기고한 글에서 영국과 미국의 앵글로색슨 모델과 대비되는 프랑스의 경제 모델을 구체적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옹호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경제를 비판할 때 흔히 제시되는 것이 미국과 영국에 비해 낮은 경제성장율과 상대적으로 낮은 1인당 국민소득이다. 그러나 국민소득은 경제 현실의 극히 일부분만을 드러낸다. 부가 어떻게 분배되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의 상위 소득자 0.1%가 올린 수입은 20년 전만 하더라도 국민총생산의 2%였지만 지금은 7%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78%에서 72%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고른 분배로 경제 성장의 혜택이 국민의 99.9%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UBS 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최상류층을 제외하고 중산층을 포함하여 모든 계층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누렸지만 미국에서는 최상류층을 제외하고는 중산층을 포함하여 모든 계층의 생활 수준이 낮아졌다. 1997년과 2004년 사이에 프랑스의 9분위(소득을 10단계로 나누었을 때 밑에서 두번째에 해당하는 저소득 계층) 계층의 소득은 7% 증가했지만 미국의 9분위 계층은 소득이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에 프랑스의 2분위(위에서 두번째에 해당하는 상류 계층) 계층은 소득이 12% 늘었고 미국은 10% 늘었다.
아동빈곤율도 프랑스는 7%지만 영국은 1979년의 2배 수준인 16%이고 미국은 20%에 이른다. 미국은 선진국에서는 드물게 영아사망률이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인구가 전인구의 15%나 된다.
프랑스 국민이 일을 덜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프랑스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37.4시간으로 영국의 35.6시간보다 많다. 물론 정규직의 노동시간은 프랑스가 40.9시간으로 영국의 43.2시간보다 적다. 그러나 영국은 임시직과 시간제근무가 많으므로 전체적으로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 수도 지난 10년을 비교하면 영국과 프랑스가 큰 차이가 없다. 영국도 프랑스도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차이점이라면 영국은 해마다 골고루 만들어진 반면 프랑스는 1997년과 2002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바로 주 35시간 노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기간이다. 그 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세계화로 인한 경쟁 심화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가 1997년과 200년 사이에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프랑스가 10% 일자리를 더 만들어낸 반면 영국은 6%, 미국은 5%를 더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사실 영국은 지난 5년 동안 민간 부문에서 새 일자리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북해 유전을 등에 업고 공공 지출을 늘려 주로 교육과 의료 같은 공공 부문의 일자리를 많이 늘렸다. 영국의 공공 지출은 2001년 국민총생산의 38%에서 2006년 45%로 늘어났다.
미국은 공공 지출이 같은 기간 동안 34%에서 37%로 늘어났다. 이라크 전비 부담이 크다. 자연히 복지 혜택이 줄어드니까 미국 국민은 부동산 가격 인상을 등에 업고 은행 대출을 받아 소비를 하다가 금리가 오르니까 파산자가 속출하고 있고 이것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프랑스 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개혁이라는 것이 영미식 모델을 받아들이기 위한 눈속임이 아니라 프랑스의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떠들던 부자들에게 감세를 해주면 그 사람들이 돈을 써서 그 혜택이 사회 밑바닥까지 스며든다는 이른바 떡고물 효과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감세는 부자들에게만 도움이 되었을 뿐이다. 프랑스에서 경제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과연 국민 전체를 위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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