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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그 위상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의 경우는 부동산에서 시작된 경기침체가 소비와 노동시장의 침체로 이어졌고, 일본의 경우는 제조업 설비투자 부진과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아울러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적절한 위기 대응을 위한 추가적인 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남유럽 국가들에서 촉발된 유로화의 위기는 여타 유로권 국가들까지 큰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들은 여전히 재정적자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과 국가 부도의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반면 독일은 경제 위기 과정에서도 실업률 등이 꾸준한 안정세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이번 유로화의 위기를 계기로 독일 경제의 재정 건전성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독일의 경우 2009년 GDP가 전년에 비해 마이너스 5%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를 이루고 실업도 늘어나지 않는 경제 운영 성과를 보여주었다. 독일의 경제운영의 강점은 같은 유로화를 도입한 유럽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돋보이는 것이며, 미국과 일본과 같은 경제 대국과 비교하여도 양호한 정책적 성과를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LG 경제연구소의 '글로벌 위기와 독일 경제의 최근 성과'보고서는 독일 위기 극복의 주요원인으로는 동서독 통일에 이은 유럽통합, 강한 제조업 전통과 개혁을 통한 제조업 전문화, 그리고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정부 정책에 의한 기업의 미래 대응력 확보 등을 지적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형 독일 경제의 지속적 성장은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에게도 적지않은 시사점을 주고있다.

독일 경제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통일 후유증으로 지속적인 실업증가 및 소비침체의 악순환을 경험한 바 있다. 많은 서구의 언론들이 당시의 독일을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고 비웃곤 했었다. 하지만 독일은 일회성 경기 부양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경쟁력 회복에 중심을 두고 경제를 운영해 왔다.  

독일의 강점은 특히 수출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선진국들 가운데에 예외적으로 상당히 강한 수출주도형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2003년 이후 미국을 넘어서 이른바 세계 수출의 챔피언(Export Weltmeister) 자리를 유지하였다.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GDP의 1/4, 일본의 3/4 수준이지만 수출에서만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킨 것이다. 다만 이번 경제위기를 겪으며, 전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는 중국에게 2009년 드디어 수출 1위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독일의 수출 증가 속도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수출구조로 인해 시장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2000년대에 연평균 13.1%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아직 저가 범용제품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24.4%에 비해서는 낮지만 미국과 일본의 6.4%, 6.1%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또 이는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같은 기간 수출증가율(11.9%) 보다 높은 것이다.  

특히 유로화가 강세를 지속한 지난 수년간 보여준 독일의 수출 성과는 주목할 만 하다. 유로화는 저점이었던 2000년 10월 이후 2010년 3월까지 중국 위안화 대비 31%, 일본 엔화 대비 33%, 미국 달러 대비 59%, 한국 원화 대비 60% 절상된 것으로 나타난다. 어려운 환율 여건에서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환율 절상을 넘어서는 생산성의 증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독일 경제의 위기 대응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으로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한 2007년 2분기에서 2009년 4분기까지(미국 4.5% → 10.0%, 스페인 8.0% → 19.0%, 영국 5.1% → 7.8%, 일본 3.8 → 5.2%) 독일은 8.5%에서 7.5%로 실업률이 낮아졌으며, 향후에도 경기 회복에 따라 기계류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른 고용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독일의 GDP는 지난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해 마이너스 5%를 기록하였다. 과거 경기침체기에 항상 GDP의 감소 폭을 훨씬 넘는 실업률 증가를 보여오던 독일이 이번 위기 시에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재정 건전성을 지적할 수 있다. 독일 또한 금융 위기로 인한 재정 확대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기는 하였지만 전반적으로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2009년 재정 적자는 GDP대비 3.3% 규모로 아일랜드의 14.3%, 그리스의 13.6%, 스페인의 11.2%, 영국의 11.1% 등 유럽국가들이나 미국 9.9%, 일본 7.4%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09년 헌법에 연계한 재정 건전화 법안을 만들어 GDP 대비 0.5%만의 적자를 허용하는 엄격한 재정적자금지정책(Schuldenbremse)을 2011년 회계연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엄격한 정책의 추진과 함께 현재 정부 부채 또한 GDP대비 70%대에 머물고 있어 선진국들 가운데에 가장 빠른 수준의 재정 안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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