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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국민당(PP) 정부는 지난 20일 법무부장관 알베르토 루이스-가야르돈의 명의로 제출된 이른바 “낙태금지법”을 의회에 제출하기로 최종 승인했다. 비록 명목상으로 임신중절이 허용될 수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어 사실상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임신 14개월까지 임신중절을 허용해온 현행법은 2010년 현 야당인 스페인사회주의노동자당(PSOE)이 정권을 잡았을 때 발효된 것이다. 정부의 개정안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스페인 여성의 권리를 3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지 12월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정부개정안이 임신중절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경우는 첫째 강간으로 인한 임신, 둘째, 임신으로 인해 산모의 신체와 정신이 중대한 해를 입는 경우이다. 각각의 사유에 대해서는 산모가 아닌 의사의 판단을 따라야만 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태아가 장애나 심각한 병을 갖고 있다고 진단되는 경우에 임신중절이 허용되는지의 여부다. 현행법은 이 경우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루이스-가야르돈 법무부장관은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가장 약한 존재인 태아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태아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낙태를 한다면 이는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인간을 1등급과 2등급으로 나누지 않듯, 모든 태아 또한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의지대로, 개정안에 따르면 “장애와 질병을 가진 태아”의 임신중절은 현재와는 달리 금지된다.

물론 산모의 건강을 위협하는 임신의 경우, 임신중절은 허용된다. 하지만 현행법과는 달리 절차들이 더 엄격해지고 복잡해졌다. 지금까지는 의사 1인의 심사로 임신중절이 가능했고, 심사하는 의사와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동일해도 문제가 없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심사는 서로 다른 기관출신의 의사 2인이 맡게 된다. 심사하는 의사와 수술하는 의사가 다르게 되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97%의 임신중절수술이 개인의원에서 실시되었으며, 수술자와 심사자는 동일했다. 이러한 방식은 엄격했던 1985년의 법안에서도 허용되던 것이다. 따라서 개정안은 적어도 심사에 있어서는 30년 전보다 엄격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당 정부는 현재의 방식은 수술자와 심사자가 동일하여 공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는 절차와 사유를 따르지 않은 채 임신중절수술이 시행된다면, 처벌되는 것은 산모가 아니라 의사이다. 이 경우 의사에게는 최소 6개월의 자격정지에서 최대 3년의 징역형이 부과된다. 루이스-가야르돈 법무부장관은 여성이 피해자이고 보호되어야 함을 강조하지만, 여성단체에서는 가부장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엘파이스 지 12월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국민당 소속 여성 관료들은 스페인의 낙태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체로 개정안에 대해 찬성입장을 표현하고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사모라 시(市)의 로사 발데온 시장은 장애를 가진 태아나 산모의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국민당의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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