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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소유물로 전락한 세계문화유산 메스키타

이슬람과 가톨릭의 조화를 드러내는 건축물 메스키타가 교회의 통제 아래 이슬람의 영향이 지워진 채로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안달루시아 자치주(州) 정부는 메스키타를 다시 시민의 품으로 가져오기 위한 방안을 고려중이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지 2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코르도바 주교가 메스키타에서 이슬람의 흔적을 차차 줄여나가도록 지시하면서 갈등 또한 격렬해졌다. 일례로 이슬람 사원 “모스크”를 의미하는 “메스키타”라는 단어가 안내책자에서 사라졌다. 

이러한 흐름에 반대하는 교육자, 언론인, 법률가, 시민들은 웹사이트 “Change.org”를 통해 교회의 메스키타 사유화를 중단하고 공공의 유산으로 돌려놓자는 서명운동을 벌였고, 약 8만 명이 참여했다. 노력에 힘입어 안달루시아 정부는 메스키타의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지를 논의 중이다.

코르도바 교회는 2006년 단 30유로의 등록비를 지불하고 메스키타를 교회재산으로 등록한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아스나르 국민당 정부가 교회에 유리하도록 부동산 등록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주교의 말 한 마디면 교회는 사람을 보내 그동안 등록되지 않았던 모든 종류의 부동산을 교회의 소유로 만들 수 있게 됐다. 

가톨릭교회는 관행적으로 회계구조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부동산 취득이 어떠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메스키타의 사유화를 통해 얻는 관광수입(입장료 대신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도 없다)만으로도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관광객에 대한 과도한 규제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2010년에는 메스키타의 벽에서 기도를 하던 오스트리아의 이슬람교 신자들이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교회 측에서는 금지된 행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던 메스키타의 의미를 고려한다면 체포까지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이며, 특정 종교에 대한 차별행위로 볼 수도 있다.

1994년에 처음으로 이 세계문화유산에 부여된 공인명칭은 “Mezquita-Catedral”이다. 앞부분의 단어는 이슬람 사원을, 뒷부분의 단어는 가톨릭 성당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단 유적에 들어서면, “Mezquita”는 온데간데없다. 안내책자 뿐만이 아니라 실제 관람과정에 있어서도 이슬람의 영향을 언급하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 “Catedral”만이 언급될 뿐이다.

30년 전 메스키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건축미학의 독특함 때문만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두 신앙과 문명이 건축 속에 조화를 이루었다는 화합의 상징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서명운동에 동참한 8만 명의 시민들은 정부와 교회 측에 종교적 편향성을 극복하고 세계유산으로서의 공공성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문 이미지 1
<사진: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 "Mezquita-Catedral de Córdoba"의 전경. 출처: EFE>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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