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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2014.03.10 23:43
스페인 은행, 점거된 집 싸게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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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은행, “점거된 집 싸게 팝니다” <사진: 방키아 홈페이지의 "점거된 집" 판매 광고> 스페인 은행 방키아가 “제 3자에 의해 점거”된 300채의 아파트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싼 가격에 구매하는 대신 아파트를 점거한 “제 3자”들을 퇴거시키는 것은 구매자의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키아는 “점거”로 인해 악화된 아파트의 상태 등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부동산 판매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다. 싼 가격을 내세워 모든 책임을 ‘개인’ 구매자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 지 3월 7일자 보도에 따르면, 판매되고 있는 부동산 중에는 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불가능한 집도 있다. 퇴거되지 않기 위해 점거자들이 취해 놓은 조치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쓰여 있지 않지만, 벽을 부숴야 하는 의무가 은행에게 있지 않다는 점은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부동산이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구매자는 싼 값으로 구입하는 대신 이후 발생하게 될 모든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점거된 집만을 대상으로 할인가격을 제시하는 방키아의 전략은 다른 은행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다. 판매하고자 하는 부동산이 점거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하지 않는 이상 미리 밝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판매 당시에는 점거되지 않았지만 방문했을 때 점거되어 접근할 수 없는 경우들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점거된 집만을 고의적으로 선정하여 싼 가격에 제시하는 방키아의 전략은 매우 공격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 속에 주택담보대출을 남용함으로써 경제위기를 자초했던 방키아야말로 이번 점거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악화된 경제상황 속에서 대출금 및 이자를 갚는 데 어려움이 있는 가족들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강제퇴거”시킴으로써 중산층 붕괴에 일조했다. 수많은 “빈집”이 생겨난 것도, 이를 점거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서로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방키아가 이러한 상황을 정부 및 사회조직과 함께 풀어나가지 않고 “가격할인”이라는 단순한 시장논리에 의존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소유한 부동산의 상태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 차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상태가 소비자에게 어려움을 안겨줄 수 있음을 가정하여 가격할인을 제시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다.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을 자살로 내몬 부동산 문제를 덮어둔 채 가격할인을 통해 신속하게 판매하고자 하는 전략은, 금융기관이 져야 할 책무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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