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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부동산이 지난 수십년간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이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 보도에 따르면 1975년의 부동산 가격을 100으로 쳤을 때 2006년 영국의 평균 부동산 가격은 1600선에 육박했다. 프랑스는 900선, 호주는 800선, 미국은 600선, 독일은 200선, 일본은 200선을 밑돌았다.
영국의 집값 폭등은 1996년 이후 가격이 100만파운드가 넘는 주택 숫자가 자그마치 10배 이상 늘어났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영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자산이 늘어난 사람들이 열심히 소비를 한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 젊은이는 집을 소유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도 주택을 소유한 부모는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도울 수 있다. 주택융자금대출사업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처음으로 집을 구입하는 사람의 40% 이상은 부모의 도움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부모가 집이 없는 젊은이는 더욱 뒤처진다. 빈부 격차가 대를 이어가며 확대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곳곳에서 주택을 신축하려고 하지만 주민들은 주변에 새로운 주택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영국 국민은 주변의 녹지가 망가지는 문제에 특히 민감하기로 유명하다. 지난달 27일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는 스페인에 사는 영국인들이 무분별한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정당을 만들어 예상 밖의 선전을 했다. 영국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주택 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민원을 처리하기에 바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영국의 사회 풍습도 바뀌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그냥 부모 집에서 사는 젊은이가 급증하는 것. 이것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 2000년 이후 집을 처음 구입하는 사람에게 나가는 모기지 숫자가 금리가 15%를 웃돌던 지난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집을 살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그 불똥은 서민들을 위해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에서 지은 공공 주택에까지 튀고 있다. 현재 공공 주택에 거주하는 영국 가정은 모두 400만가구에 이른다. 그런데 백인들이 이민자들이나 난민들에게 공공 주택 배정에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민족당(BNP) 같은 극우 정당은 이런 구호를 앞세워 지방선거에서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작년도 지방 선거에서는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공공 주택을 우선적으로 배정받는다는 소문을 퍼뜨려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의 부동산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첫째, 수명이 늘어나고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매년 5-6만명선이었던 이민자는 2000년 이후 매년 20만명선으로 늘어났다. 둘째, 독신으로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잉글랜드의 가구 수는 2004년 2110만가구에서 오는 2026년에는 2600만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음달 토니 블레어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오르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앞으로 가격이 저렴한 주택 공급 물량을 대거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관건은 주택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런던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신규 주택 단지 개발에 대한 저항감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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