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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지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지금 새로운 외국어 교육 열풍이불고 있다. 올해 16세의 영국 학생 크리스 이오번은 부모의 권유에 따라 브라이튼 컬리지에 진학했다. 브라이튼 컬리지는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학교다. 크리스는 2년째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상하이에도 다녀왔고 중국인 펜팔 친구도 있다. “크리스는 프랑스어나 독일어, 스페인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미래의 가장 중요한 언어를 배우고 있다”고 미국 타이어 제조회사의 영국 지부장으로 일하는 아버지 스티븐 이오번은 말한다.
일본어도 인기다. 이스트크로이든의 한 학교에는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4명이다. 프랑스어 교사는 1명뿐이다. 이 학교 교사들은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중국이나 인도보다는 일본에 상대적으로 더 적다고 보고 일본어를 하면 그만큼 빛이 나리라는 판단으로 아예 일본어에 집중하기로 합의했다.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낼 경우 앞으로 더 많은 영국 학교들이 일본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중산층 부모들 사이에서도 학교 당국에 중국어를 개설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아예 중국인 가정부를 입주시키는 가정도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인 가정부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 가정부를 쓰려면 월급을 동유럽 가정부의 2배는 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가령 독일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영국 젊은이는 좋은 직장을 얻을 확률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유럽어를 할 줄 아는 것은 더이상 남다른 능력이 아니다. 그래서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지역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기업은 높은 점수를 준다.
앨런 존슨 영국 교육부장관은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어 교육도 지금보다 다변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늦어도 2010년까지는 중국어, 우르두어, 아랍어 같은 사용 인구가 많은 중요한 외국어를 일선 학교에서 정식으로 가르치도록 정책을 유도할 계획이다. 평생 직업 개념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외국어 능력은 중요한 평생 자산이다. 전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알면 그만큼 취업에 유리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
그러나 영국의 경우 그 동안 외국어 교육에서 다소 후퇴한 감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같은 유럽의 주요 언어 가운데 하나는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지만, 지난 2000년부터 외국어는 원하는 학생만 배우는 선택제로 바뀌었다. 그 바람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2000년 80퍼센트에서 2006년 50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영국 교육부의 용역을 받은 교육 전문가들이 내놓은 몇 가지 개선 방안은 외국어 교육은 7세부터 시킨다, 외국어 전문학교의 수를 400개로 늘인다, 중국어, 우르두어 같은 세계어 교육을 위해 원어민을 영국으로 많이 끌어들인다 같은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데 초점을 맞추어 신흥 시장에 역점을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영국의 보수당 대변인 닉 기브는 “이색적인 언어를 배우는 학생은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절실한 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수박 겉핥기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유럽 공동의 언어 토양”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유럽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꼭 경제적 동기에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짐 로버츠는 1975년부터 외국어 교사를 양성해왔다. 1980년 중국과 파키스탄 출신의 이민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그는 중국어와 우르두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하자는 건의를 했지만 교육부 관리들은 그런 외국어는 그 지역 출신 사람들 내부에서 가르치는 것으로 족하다면서 반대했다. 그러나 로버츠가 그런 제안을 한 이유는 영국 학생들도 중국어와 우르두어, 아랍어를 배우고 그 문화를 이해해야만 그 지역 출신 이민자들과 더 깊이 교류하고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영국에서 외국어 교육이 다변화되면 다수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영국 사회의 통합도도 지금보다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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